[충청매일] 얼마 전 여덟 살 딸이 아빠가 살이 안 찌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나는 원래 마른 체형이지만 딸의 생각이 궁금해 이유를 물으니 “구룡공원!”이라고 짧게 답한다. 지난해 구룡공원 관련 뉴스에서 내가 인터뷰했던 모습들을 마음에 담아뒀나 보다. 내 업무가 공원 일몰제와 관련 있고, 특히 구룡공원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아 고민이 깊었던 날들을 생각해보면, 딸의 대답이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이토록 나를 고민스럽게 하는 구룡공원은 도심 내 위치한 가장 규모가 큰 공원으로, 많은 시민이 찾고 있고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원이지만 일몰제 대상이다. 그래서 청주시뿐만 아니라 환경단체, 시민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구룡공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5년 3월 청주시는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해 공원 일몰제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방안으로 민간공원 개발을 도입하기로 했다. 장기 미집행 공원 68곳 중 민간공원 개발이 가능한 공원 8곳을 선정하고 4개의 공원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는데, 민간공원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추후에 추진하려고 했던 구룡공원에 3개 업체가 앞다퉈 제안서를 제출했다. 나는 수많은 고민 끝에 3건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 구룡공원의 규모나 특성상 섣불리 민간공원 개발을 추진하기에는 많은 부작용이 예상됐고, 일몰제에 대한 국가 정책의 변화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국가 정책은 크게 변화가 없었고 결국 청주시는 구룡공원도 민간공원 개발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로 두 차례의 거버넌스를 거치며 힘겹게 구룡공원 보전 대책이 세워졌다. 구룡터널을 기준으로 북측(1구역)은 민간공원 개발로, 남측(2구역)은 지주 협약 및 협의 보상을 통해 최대한 보전하자는 결론이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민간공원 개발을 반대하든 찬성하든 ‘구룡공원 최대 보전’을 바라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느꼈다.

최근에는 실시계획인가 신청을 위해 부지를 선정하느라 어려움이 많았다. 1구역은 민간공원 개발로 전체 부지를 매입할 수 있지만 사유지 보상비만 1천340억원인 2구역은 관련 규정 상 500억원 미만 매입이라는 한계와 거버넌스 합의 내용, 토지주·시의회 의견 등을 검토해 인가 신청 부지를 선정해야만 했다. 모든 사람이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구룡공원의 최대 보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실시계획인가를 신청했다.

일몰 시점(2020년 7월 1일)이 가까이 왔다. 조금도 지체할 수 없다. 현재 여건 속에서 검토하고 선택해서 대응해 나가야 하며, 특히 구룡공원은 일몰 시점이 지나도 남은 과제가 더 있다. 지주 협약한 토지를 언젠가는 시에서 매입해야 하고, 협의보상도 해야 하기에 추가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 예산 확보는 청주시 구성원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므로 구룡공원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 진행형이다.

아빠가 살이 안 찌는 이유를 구룡공원이라고 말했던 내 딸이 훗날 온전히 보전된 구룡공원을 산책하면서 “아빠가 기분 좋은 이유는? 구룡공원!”이라고 말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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