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럼 김주태가 양안에 등록해서 관아 재산으로 귀속시키려 했단 말인가요?”

“관아에 있는 재산도 어떻게든 빼먹으려 혈안이 돼있는 김주태가 그럴 리가 있겠는가.”

김주태가 양안을 만든 목적은 다른 뜻이 있었다. 김주태가 만든 양안은 양안이라 할 수도 없었다. 양안은 나라에서 세금을 거둬들이기 위해 만든 문서였다. 그러나 김주태가 자신의 도가 장사꾼들을 풀어 골골을 돌아다니며 손바닥 만한 텃밭까지 조사한 것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사사로운 기록이었다. 그동안 김주태는 양안에 등록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그 땅은 엄연히 나라 땅이니 거저 부쳐 먹는 것은 불법이라며 그 땅을 부치고 있는 고을민들에게 지세를 받아 부사와 함께 나눠 먹었다. 불법은 고을민들이 저지르는 것이 아니라 김주태가 저지르고 있었다. 부사는 그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얻어먹는 것이 있으니 눈을 감아주고 있었다. 하기야 나라에서 뜯어가나 개인이 뜯어가나 고을민들 처지에서는 그게 그거였다.

“김주태는 왜 양안을 만들었는가요?”

“왜겠는가. 그 땅이 탐이 났던 게지.”

“제 땅도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그런 골탱이 자투리땅이 탐이 나다니요?”

“샛밥 처먹는 놈이 열 계집 마다 하겠는가? 낯짝이 좀 반반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제 것으로 만들려고 눈에 불을 켜지.”

“땅 얘기 하다 난데없는 계집 이야기유?”

“이치가 그렇다는 거여. 제 넓은 땅보다 고을민들 자투리땅이 더 반지르르하고 소출이 짭짤하니 욕심이 났던 게여.”

“아니, 여기 이 좋은 땅에서 나오는 소출보다 자투리에서 더 소출이 나온단 말입니까요?”

최풍원이 동헌 담 너머로 펼쳐져 있는 비봉산 아래로 펼쳐진 읍하리 벌판을 가리키며 택도 없다는 투로 말했다. 읍하리 벌판은 청풍 관내에서도 넓고 기름진 땅으로 농사꾼이라면 누구나 탐을 내는 곳이었다. 김주태는 그런 알토란같은 곳에 대부분 땅을 가지고 있었다.

“어우리 소 멕이다 내 송아지 생기면 어떤 놈을 더 잘 멕이겠는가. 최 행수 같으면 갖다 줄 어우리한테 손이 더 가겠는가, 내 송아지한테 더 손이 가겠는가. 자투리땅은 내 땅이니 소출이 나오는 대로 모두 내 것이니 도지 땅에 대겠는가. 한번이라도 더 일구고, 더 들여다보고, 거름도 더 주고, 호미질이라도 더 가게 되니 당연히 옥토가 되고 소출도 손가는 만큼 많아지는 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김주태가 사사로이 양안을 만든 이유를 김개동이가 장황하게 풀어놨다.

“승냥이 같은 김주태가 그것을 그냥 두고 볼 리 없었겠구먼요.”

“그러니까 그걸 보고 욕심이 생긴 거여. 몇 푼어치도 안 되는 땅세를 받느니 그 땅을 빼앗아 소작을 주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소작료가 들어오겠다는 생각을 한 거여. 그리고는 제 수하들을 풀어 낱낱이 조사를 시킨 거지.”

“고을민들이 가만히 있었는가요?”

“강제로 빼앗으려 하는데 아무리 무지랭이 농군이라도 순순히 내놓겠는가.”

“그런데 어떻게 고을민들 땅을 빼앗을 수 있었지요?”

“처음에는 김주태가 고을민들한테 나라에서 만드는 양안이라고 속이니 고을민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 다음에는 김주태에게 잘못 보이면 농사 지을 도지는 물론 품팔이도 하기 힘들어지니 그것이 두려워 아무 말도 못했던 게지.”

“그런데 어쩌다 동티가 났단 말이유?”

“이제껏 알토란처럼 요긴하게 부쳐먹던 땅을 나라에 빼앗기에 되자 속이 쓰렸겠지만 나라에서 하는 일이니 어쩌겠는가. 고을민들도 처음에는 김주태의 말을 그대로 믿었지.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뭔가 낌새가 이상한 거여. 나라 일을 하는데 관아 사람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청풍도가 김주태 수하들만 오가며 일을 하니 이상하지 않았겠는가?”

“그랬겠네요. 아무리 부실한 땅이라도 나라에서 관리하는데 관아 이속들이 나와 땅도 관리하고 뭐를 심었는지 농작물도 조사하고 도지도 받아가야 할 텐데 도가 장사꾼들이 나와 관아 일을 보고 있으니 뭔가 의심이 들었겠구려.”

“그래서 관아 부사영감에게 투서가 들어왔다네!”

“고을민들이 투서를 했단 말이요?”

“그렇다네!”

“그래 부사는 어찌 처결을 했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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