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희 수필집 ‘이십 년 전의 약속’ 출간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평생 교직에 몸 바쳐온 조만희 수필가가 두 번째 수필집 ‘이십 년 전의 약속’(심지, 1만5천원)을 출간했다.

‘이십 년 전의 약속’은 호기심과 모험을 교육적 화두로 삼고 색다른 경험과 도전이야말로 인생을 살맛나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한 교사의 진솔한 교육일기이자 삶의 기록이다.

이 책은 전체 3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 혼자서 이룬 1등은 없다에는 ‘박씨 속에 담긴 세월’, ‘사랑의 배달부’‘돌아온 탕아’, ‘오군에게’, ‘참스승 여복순 선생’, ‘20년 전의 약속’, ‘전교조와 나’ 등 15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으며 제2부 가을꽃, 그리고 내 인생의 가을에는 ‘억만이’, ‘행복한 꽃 배달부’, ‘드디어 할아버지 되다’, ‘회갑여행’, ‘내가 만난 유신헌법’, ‘언론계의 큰별 송건호 선생’ 등 14편의 작품이, 제3부 구름에 달 가듯이에는 ‘동거차도에서 띄웁니다’, ‘장보고가 맺어준 귀한 인연’ 등 3편의 작품이 관련 사진과 함께 수록돼 있다. 이중 ‘동거차도에서 띄웁니다’는 저자가 1982년 충북대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처음 쓴 글로, 이후 풍경이 아름다워  여러 번 방문했지만 훗날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 충격과 고통이 겹쳐진 곳이라는 점을 담아냈다.

표제작 ‘이십년 전의 약속’은 1995년 청산중학교 반 아이들과 “20년이 지난 후에 한번 만나보자”고 약속하고 학급 게시판에 새겨놓았던 ‘2015년 8월 15일 우리 만나자’를 실제 행동에 옮겼던 가슴 뭉클한 이야기이다.

그밖에 ‘사라진 아이들’, ‘함께 떠난 소풍’ 등 수필집 속에 담긴 여러 이야기들은 그가 평생 소신으로 삼아온 교육적 가치와 신념을 실천한 발자취다. 저자는 10년 이상 학급문집을 발간하고, 아이들의 활동상을 비디오와 사진으로 남기는 등 아름다운 스승의 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교육 현장의 안타까운 현실도 가감 없이 글에 담아냈다.

또 지역사회에서 함께 문화 활동한 동행자들과의 이야기, 옥천군 동이면에 마련한 ‘높은댕이집’이라는 당호가 붙은 시골집 안팎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여행자들,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수필가의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작가는 지극 정성으로 자연과 사람을 모시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느림과 비움의 자연과 어울리는 사람이지만 느릴 틈도 없이 바쁘게 삶의 안팎을 가꾸며 살고 있다. 그래서 ‘빠르게 느린 사람’, ‘행복한 꽃 배달부’라는 호명이 따라붙었다.

작가는 누구보다 옥천을 사랑하고 옥천을 즐긴다. 첫 책 ‘풍경과 산책’ 역시 옥천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몸으로 쓴 수필기행집이다. 풍광 좋고 물 맑은 옥천에서 터 잡고 살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텃밭 농사를 짓고 꽃을 가꾸며 살고 있는 그의 삶의 여정이 작품 곳곳에 베어 있다. 그의 글에는 저절로 웃음 번지고 느긋해지다가 순정하고도 바지런한 삶의 자세에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을 느낄 수 있다.

오랫동안 함께 문학활동을 해온 도종환 시인은 “그는 탕아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교사였다. 상처받은 아이들, 방황하는 아이들, 버림받은 아이들, 그들 방식으로 저항하는 아이들의 스승이었다. 끝까지 그들에 대한 연민을 버리지 않는 믿고 기다려주는 참스승이었다”며 “이 책에 실려 있는 산문은 읽는 이들을 눈물짓게 하는 감동이 있다. 그 감동은 사랑을 실천하는 삶에서 오는 감동이다. 삶이 훌륭하기 때문에 글도 아름답다. 읽는 동안 마음이 훈훈해진다”고 말했다.

“나는 청춘의 어둑새벽부터 그렇게나 알고자 했던 인생길을 아직도 잘 알지 못합니다. (중략) 가을이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방랑의 꿈. 지금 당장 떠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그 꿈이 내 안에 살아있는 한 내 인생은 절대 시들지 않을 것입니다.”

‘가을꽃, 그리고 내 인생의 가을’ 중에서

작품 ‘꽃신’, ‘아내 몰래 김장을 담다’와 같은 글에서는 배꼽을 잡게 하는 해학이 있다. 농촌 서정을 밑에 깔면서 풀어나가는 글 솜씨가 빼어나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부족한 모습을 솔직히 드러냄으로써 도리어 진솔한 사람됨이 배어난다.

조만희 수필가는 “아이들과 더불어 살 수 있게 된 것은 큰 축복이었다. 호기심과 모험은 중요한 교육적 화두였다”며 “스스로 연출해서 사는 것이야말로 멋진 인생이라 여기고 그렇게 살고자 했다. 낯선 사람들의 삶과 옛 사람들의 인생행로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내 자유로운 영혼은 직장에 오래도록 묶여있는 것을 원치 않았다. 주로 시골의 작은 학교에 근무할 수 있었던 것도 중학교 선생이어서 가능했다. 시골아이들은 언제나 나에게 최상의 행복을 안겨주었다”고 밝혔다.

저자는 충북 청주시 남이면에서 출생해 충북대학교 사범대 지리교육학과를 졸업, 1989년부터 주로 옥천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1997년 옥천신문에 ‘조만희의 수필기행’을 연재하며 수필을 쓰기 시작해 ‘풍경과 산책’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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