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엄마!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요?”

얼마 전 작은 아이가 뜬금없이 물었다.

“몰라~”

“엄마,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 목숨이에요. 엄마는 그것도 몰라요?” 뒤통수를 크게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이가 돈, 옷, 맛있는 음식, 그런 것들이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사람 목숨이 가장 중요하단다. 더구나 엄마는 그런 것도 몰랐냐고 타박이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으니 유치원 선생님이 알려주셨단다.

유치원 아이도 아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던 게 아닌가 싶었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놓치는 것들이 많을 지도 모른다. 돈, 명예, 권력 등을 좇다가 결국 삶이 다하는 날에 건강, 사랑, 우정 등에 대해 깨닫게 되는 사람은 그나마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과연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을 무엇일까? 또한 삶에 있어서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의 꼬리를 물고 생각하다가도 결국 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요즘 코로나19 사태를 보며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상황을 보게 되고 체감하게 된다.

다양한 공공시설이 휴관 혹은 운영 중단에 들어갔고 확진자가 나온 곳은 철저하게 방역 활동을 하는 등 온 나라가 코로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모임,  운동을 삼가고 스스로를 움츠러들게 한다. 예년 같으면 해빙기인 따뜻한 3월 청주 주변 상당산성, 우암산 등산로 등을 찾는 등산객들의 민원 전화와 신문고 등으로 인한 민원 처리에 여념이 없을 시기인데 요즘은 그런 것조차 뜸하다. 나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이 건강에 대한 불안과 걱정으로 몸과 마음을 한껏 움츠리고 있는가 보다.

벌써 등산로(숲길) 조성·관리 업무를 맡은 지 3년 차에 접어든 요즘, 처음 업무를 맡았을 때의 걱정이 떠오른다. 평소 운동을 자주 하지 않았기에 청주시의 약 300㎞ 되는 모든 등산로를 직접 다녀봐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처음에는 정상까지 올라가기에 급급했다. 주변의 꽃과 나무, 새들을 볼 겨를 없이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앞사람 엉덩이만 쳐다보고 올라갔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등산로 담당자로서의 면모를 갖췄다고 자부한다. 어쩌면 내 업무가 평소에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건강에 대해 다시금 환기시키지는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현재 시국이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지만 다시금 꽃이 피고 새싹이 자라나 평소처럼 건강하게 웃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날이 올 것이다. 무탈하게 하루를 지내는 것이 감사하고, 힘들게만 느껴졌던 등산로 사업과 민원들도 감사할 따름이다. 전화하는 이도, 받는 이 모두 무탈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니까.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인 요즘 모름지기 숲길을 걸으면서 세간에 남겨둔 갈등과 불안, 의심들은 내려놓고, 숲과 나무와 하나 되는 마음으로 생기 넘치는 생명과 합일해 긍정적으로 교감하면서 걷다 보면 평소의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생각도 없어지지 않을까? 내 작은 바람이 하나 있다면 주변에 있는 가족, 친구,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건강을 챙기고 삶을 살아가면서 이 행복감을 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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