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오랜만에 카페를 갔다가 직원의 말에 너무 놀랐다.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허용하고 있으니 머그컵과 일회용 컵 중 고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말에 주변을 돌아보니 매장 손님 전부 일회용 컵에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전이었던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카페에서는 머그컵에 커피를 먹던 모습이 어느 정도 일상화됐다. 기존에 일회용 컵에 먹던 분위기를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일회용품 최소화를 위해 강력하게 권고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에는 일회용품 규제 분위기가 정착돼 카페 안에서는 머그컵을 사용하고 외부로 가져갈 때에만 일회용 용기에 담아 가는 것에 사람들이 꽤 익숙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 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되면서 환경부가 지난달 24일 전국의 모든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도록 지침을 내리자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의 대다수 지자체들은 일회용품 사용을 허용하고, 매장 손님들 대부분 남이 쓰던 머그컵보다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면서 안심이 된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게 해주는 이러한 정책이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카페나 음식점에서는 설거지할 때 보통 열처리하는 식기세척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온에서 어느 정도 소독이 된다. 또한 우리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비누로 손을 씻듯이 바이러스의 경우 비누나 세제에 들어있는 계면활성제만으로도 충분히 없어지기 때문에 다른 이가 사용했던 컵을 씻지 않고 다시 제공하는 것이 아닌 이상 여러 번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바이러스를 옮길 일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다르게 생각해보면,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감염자가 만졌을 경우 결국 일회용품 사용하는 것이 감염 예방에 도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회용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면 이 또한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 정부의 환경정책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일회용품 줄이기 정책을 지속해왔고, 청주시 내에서도 종이컵을 쓰지 않고 개인 컵 사용하기 운동도 펼쳐왔으며, 시민들의 일회용품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해가고 있는 와중에 되레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오히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일회용 컵 제한의 한시적 허용보다는 개인 텀블러 사용을 권장했어야 기존의 환경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국가 비상사태가 지속되면서 그동안 우리가 열심히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하고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실질적으로 텀블러 사용을 생활화하고, 다회용 컵도 적극 사용해 일회용품 줄이기에 지속적으로 동참하면 좋겠다. 정책은 정책일 뿐 우리가 텀블러 사용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고객들이 일회용품을 요구하지 않는다면 카페 업주들도 굳이 일회용품을 주지 않을 것이다.

넘쳐나는 일회용품 국가에서 한 사람부터 조금이라도 일회용품을 줄여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오늘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텀블러를 챙겨서 어제보다 오늘 더 일회용품이 없는, 깨끗한 청주를 만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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