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최병선 기자] “나리 지금 청풍관아가 몹시 어려운 지경에 있다 들었는데, 그게 참말이온지?”

이미 다 알고 온 최풍원이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물었다.

“고을 전체가 어려운데 관아라고 그러지 않겠는가?”

김개동도 최풍원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지나가는 소리처럼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나리!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요.”

“아니, 관속들 입단속을 그리 시켰는데 어떻게 그리 소문이 퍼졌단 말인가? 안 되겠네, 이놈들 경을 쳐 주둥아리를 막아야지!”

김개동이가 발끈했다.

“그게 관속들 입만 막아서 될 일입니까?”

“관아에서만 알고 있는 것을 고을민들이 알고 있다면 그놈들이 주둥아리질을 했으니 그런 것 아니겠는가? 내 이놈들을 당장!”

“관솔들이 고을 곳곳을 돌아치며 쥐어짜는데 말들이 없겠습니까요. 그러니 관속들만 쥐 잡듯 한다 해서 될 일은 아니지요. 그래, 한양 탄호대감에게 올려 보낼 물산은 잘 채워지고 있는지요?”

“이미 바싹 마른 땅바닥 아무리 파면 뭘 하겠는가. 나올 물이 있겠는가?”

“그렇다고 탄호대감이 청풍관아 사정 봐주고 가만히 있겠습니까요?”

최풍원이 불안해하는 김개동이를 더 부추겼다.

“그러게 말이네. 이러다 내 곳간 곡물조차 내놓게 생겼다네!”

“아니, 관아 창고 곡물은 김주태가 몽땅 갖다 고을민들한테 빌려주고 고리로 재미보고 있는데, 왜 나리 곳간 곡물을 내놓는단 말이오?”

아무리 청풍도가 김주태가 날고 긴다 해도 관아 곡물을 제 맘대로 어쩌지는 못했다. 김주태가 관아 곡물을 빼내 사사로이 이용했다는 것은 아전들과 결탁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아전들은 김주태로부터 톡톡히 대가를 받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고을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걸 잘 아는 최풍원이었지만 청풍도가 김주태와 관아 김개동과의 틈을 벌리기 위해 일부러 자꾸 김개동의 꼬투리를 잡았다.

“고을민들은 관속보다도 도가 사람들을 더 무서워한다는구먼요. 얼마나 고을민들을 들볶는지 청풍도가 얘기만 나와도 체머리를 흔들고 도가 사람들 온다는 소리만 듣고도 천지사방으로 숨어버린다는 거요. 그런데도 고을민들은 이게 관아에서 먹을 게 있어 아뭇소리도 못한다면서 김주태가 고을 원이라고 떠들어댄다는구먼요! 김개동이나 도가 놈들이 저들은 관아에서 독촉을 하니 어쩔 수 없다고 모든 허물을 관아 부사와 아전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네요!”

“제 놈이 모자란 관곡을 채워준다면서 야곱야곱 빼나가 창고를 비게 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게야! 이럴 줄 알았더라면 관아에서 직접 고을민들에게 곡물을 꿔주고 받아들일 걸 후회가 막급하구먼.”

“김주태가 꿔간 곡물을 갚지 않습니까요?”

최풍원이가 은근슬쩍 모든 책임이 김주태에게 있는 것처럼 말했다.

“처음 꿔갈 때는 꿔주기만 하면 만사형통할 것처럼 주둥이질을 하더니 이제 와서는 배짱을 부리며 자꾸 딴소리를 하는구먼!”

김개동이가 마뜩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둑간 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것이 인지상정이기는 하지만, 지 필요할 때 가져갔으면 주인이 필요하다면 줘야지 그게 무슨 똥배짱이란 말이요?”

최풍원이 김개동이 편을 들며 김주태를 깎아내렸다.

“저도 어쩔 수 없다니 어쩌겠는가? 그 놈이 못 내놓는다면 아전들 것이라도 내놔 탄호대감 불호령을 막아야지!” 

김개동이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했다.

“그래야 장사치 아니겠습니까. 김주태 주리를 틀지요?”

“주리를 틀어 나온다면 그리 하겠지만, 그놈이 너무 컸어! 이럴 줄 알았더라면 김주태 한테만 몰아주는 것이 아니었어! 그놈한테 어떻게 했다가 이제껏 꿔간 것을 몽땅 떼인다면 그거야말로 낭패 아닌가. 이젠 관아가 역으로 멱살을 잡혔으니 어떻게라도 잘 구슬려 받아낼 만큼 받아내고 모자라는 것은 또 어떻게 궁리를 해봐야지.”

“나리, 즈이 북진여각과도 한 번 일을 해보심이 어떻겠습니까요?”

최풍원이 김개동에게 넌지시 의향을 물었다.

“뭘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김개동 눈이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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