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주성 변호사

[충청매일] 최근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청와대의 선거개입과 관련한 공소장에 대해서 비공개결정을 내렸습니다. 솔직히 판사출신 법조인 법무부장관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법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며 아 그냥 법조인이 아닌 ‘정치인’이구나라는 아쉬움이 큽니다.

그 비공개 결정의 논거를 보면, 사생활의 보호의 필요성 내지는 피의사실공표 등의 우려라는 그럴싸한 법을 이용한 핑계를 대지만, 법조인의 입장에서는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한 추악한 진실을 일단은 막아보자는 정치인 장관의 고뇌가 엿보입니다.

우리 헌법은 제27조 제3항에서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어, 헌법상 형사재판은 공개가 원칙입니다. 그러한 이유는 재판을 공개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형사재판을 하는 것이 국가의 형벌권의 행사의 불가결한 필수 전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당해 사건의 피고인의 사생활과는 무관한 올바른 형사재판의 필수전제인 것입니다.

공소장이 공개된다고 해 피고인의 사생활이 침해된다는 논리라면, 국가가 행하고 있는 모든 형사재판은 아이러니 하게도 헌법을 지키며 시작하는 순간 피고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본 사안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제도에 엄격한 중립의무가 있는 행정부의 고위 구성원들이, 선거에 영향을 끼쳐 공정성을 훼손한 사안이어서 결국 훼손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핵심 공익이므로 개인의 사생활의 보호보다는 그 피해자인 국민들의 공익이므로 그 알권리가 우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 가치의 비교에 의하더라도 개인의 사생활의 보호보다는 국민의 알권리가 더욱 보장돼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논리라면 마치 범죄의 피해자에게 당신이 어떻게 피해를 본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필요가 없다는 것과 똑같습니다.

더 나아가, 피의사실 공표는 본 사안과 전혀 무관합니다. 피의사실공표는 수사의 과정에서 어떤 범죄사실로 조사를 받고 있는지를 수사기관이 공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피의자는 공소가 제기되는 순간 더 이상 수사과정이 아닌 재판과정에서의 피고인이 되는 것인바 피의사실에 해당하지 않아 공소사실의 공개는 피의사실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그냥 그간 수사기관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던 피의사실의 공표문제를 그럴싸하게 덮어씌워 나름의 논거의 정당성으로 포장하려는 정치인의 태도가 가증스럽기까지 합니다. 과연 그러한 논리에 동조하는 법조인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왔습니다. 공개재판을 해야만 하는 법원은 검사의 공소자의 모두 진술로써 해당 공소장의 내용의 공개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 앞두고 있는 총선이후로 재판 일을 지정하면 청와대의 선거개입의 범죄사실이 적어도 총선까지는 덮어 둘 수 있는 것입니다. 과연, 법무부와 법원의 기막힌 합작품이 될지,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형사재판이 진행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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