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미선 청주시립도서관 사서]“별은 사라진 게 아니야,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뿐이지.”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종종 우리 삶 속에서 소중한 것들이 무엇엔가 가려져 그 실체를 보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있다. 오늘 소개할 책도 그렇다! 대형 출판사들이 만들어 낸 과장된 베스트셀러들에 가려져 자칫 우리가 접하지 못하고 지나칠 뻔 한, 숨겨진 별과 같은 작품이다.

바로 ‘안녕, 나야 미호종개’라는 작품이다. 어렸을 적에 본 만화나 책을 나이가 든 후에 다시 보게 되면, 그때는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김정애 작가의 ‘안녕, 나야 미호종개’도 아마 어렸을 때 읽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법한 작가의 진심 어린 마음들을 지금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금강에서 흘러나와 청주와 세종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미호천에서 살아가는 미호종개, 잎파랑이와 그 가족의 이야기와 세상의 모든 사라져가는 생명들에게 보내는 응원을 한없이 친절한 문체로, 하지만 담담하고 한편으로는 단호하게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 책은 미호종개와 같은 토종 민물고기들을 잃지 말자, 환경을 보호하자 등의 주제를 담고 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가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미호종개 가족들의 죽음이나, 미호종개 잎파랑이의 감성 풍부한 생각들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어느새 나의 마음과 동화 되어가는 것을 느낀다.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부분은 스타 메기와 미호종개 잎파랑이가 원래 고향인 여우내를 떠나면서 나눈 대화이다.

“추억이 가득한 고향을 떠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 하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

“그럴 수 있을까? 우리가 먼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 실감나. 여우내가 까마득해졌어.”

“물론이야. 다시 물이 맑아지면 가능해.” 읽는 내내 뭉클한 표현이 많았지만 가장 가슴이 아팠던 부분이다. 인간들의 침범으로 가족을 잃은 미호종개들이 이제는 삶의 터전까지 잃고 새로운 곳으로 목숨을 건 대이동을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대처해 나가는 미호종개의 모습에서, 인간에 의해 사라져가는 모든 생명들에게 미안함과 숙연함을 가지게 만든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인간들로 인해 어쩌면 사라질 수도 있는, 하지만 우리 인간들의 노력으로 사라지지 않게 할 수도 있는 수많은 생명들을 조금 더 배려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편안한 우리의 삶에서 더 나아가 마음까지 평안한 삶으로 한 걸음 더 다가가게 해 주는 것이 아닐까. 이 작품을 계기로 지금 이 순간에도 심각하게 앓고 있는 지구의 생명체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이들의 마음이 우리들에게도 전해져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과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깨우쳐주는 기회가 되기를… 유유히 흐르고 있는 미호천 물길처럼, 잔잔히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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