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나비솔한방병원 원장

[충청매일] 얼마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여름에 출산을 하고 모유수유중인 30대 초반 여성이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유중인 산모들의 경우 수유량이 부족하거나, 젖을 말리거나, 또는 산후풍으로 인한 통증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 당연히 어딘가 아파서 왔으리라 생각을 하고 환자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인사와 육아에 대한 어려움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며, 어디가 아파서 내원하였는지를 물었습니다.

질문과 동시에 환자는 갑자기 굵은 눈물을 흘리며, 손발이…, 그 중에서도 발이 너무 시려서 살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더운 여름에는 그래도 양말을 신고자면 버틸수 있었지만, 추운 겨울이 시작되고 나서는 두꺼운 수면양말을 신고, 온열장판을 틀어도 발이 시려워서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검사와 치료를 하였지만 큰 이상은 발견하지 못하고, 힘든 시간만 보내면서 이곳 저곳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수족냉증은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악화되기는 하지만, 심한 경우에는 한여름에도 손발이 시리고, 저리면서 아프기도 하여 힘들어 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손발을 이용한 정교한 작업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대인관계에서도 상대와 접촉하는 경우 상대가 놀랄 정도로 차가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 대인관계도 기피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렇듯 환자인 당사자는 삶의 질이 형편없어질 정도로 힘들고 괴롭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특별한 이상이나 상처 등이 없다보니, 별일 아닌 것으로 유난떤다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되어 더욱 힘들어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출산 후에 찾아오는 여성들의 수족냉증은 육아 스트레스와 시댁의 눈치도 봐야하는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환자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족냉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몸의 열생산이 떨어지면서 추위를 느끼게 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자가면역 질환으로 말초동맥이 추위에 노출되면 갑자기 혈류공급이 차단되며 손발이 하얗게 변해버리는 레이노병, 말초동맥이 폐색되어 심한 경우 손가락, 발가락을 절단할 수도 있는 버거씨병 등이 있습니다만, 구체적인 질환이나 원인을 찾지 못하는 수족냉증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한의학에서도 수족냉증은 쉽지 않은 질환입니다. 그러나 수족냉증이 왜 생길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함께 해준다면, 또 이해를 바탕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해나가면서 치료를 병행한다면, 조금씩 조금씩 손발이 따듯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다음회에는 건물과 보일러의 예를 이용하여 수족냉증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수족냉증을 치료하는지에 대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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