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우리가 약을 쓰고 부사의 환심을 사 청풍도가가 지금 누리고 있는 특혜를 빼앗아온다면 김주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우리 여각과 도중은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 격이 되겠지. 하지만…….”

최풍원이 말꼬리를 흐렸다. 최풍원도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청풍도가로 흘러가는 물산들을 막으려면 거기에도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게다가 부사에게 칠 약채까지 준비하려면 그만큼의 자금이 더 필요하기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미향의 말처럼 갯가에 물이 찼을 때 배를 띄워야 합니다!”

봉화수도 미향의 생각에 동조했다.

 며칠을 고민 끝에 대행수 최풍원은 충주 윤왕구 객주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북진여각 스스로의 힘으로 청풍도가의 숨통을 죄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만, 내 힘이 없을 때 나보다 힘센 황소를 잡으려면 상대 황소보다 힘이 더 센 놈을 불러들이는 방법 밖에 없었다. 최풍원은 충주로 윤왕구 객주를 찾아갔다.

“자네 이번에 대행수가 되었더구먼?”

“남사스럽습니다요, 객주어른! 부잣집 뒷간만도 못한 살림을 가지고 대행수만 하면 뭘 하겠습니까요.”

최풍원이 한껏 몸을 낮추었다.

“살림이 많고 작고를 떠나 짐을 지는 일이 어디 쉬운가. 그쪽 일만 해도 바쁠 터에 예까지 어인 행보인가?”

윤왕구가 연유를 물었다. 최풍원이 그동안 북진에서 있었던 일과 이번 기회에 청풍도가의 상권을 빼앗을 계획을 상세하게 고했다.

“그래, 내 뭘 도와주면 되겠는가?”

“어르신께서 종자돈 삼천 냥만 선처해 주셨으면 해서요.”

“삼천 냥이라, 그럼 어험이나 한 장 써놓고 가게나.”

윤 객주는 두 말 없이 거금 삼천 냥을 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고맙습니다요!”

최풍원이 벌떡 일어나 절을 했다.

“그게 단가?”

넙죽 절을 하고 다시 자리에 앉은 최풍원을 보며 윤왕구가 물었다.

“예?”

최풍원이 윤왕구의 뜻을 알지 못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돈 걱정 말고 다른 걱정은 없느냐 하는 말이네.”

“…… 일은 벌려놓았는데 어찌해야 헐 지 막막합니다.”

최풍원이 잠시 뜸을 들이다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뭐가 제일 막막한가?”

“그걸 모르겠습니다요.”

“여각에 제일 주인인 대행수가 모르면 누가 알겠는가. 중심이 흔들리면 누가 자넬 믿고 따르겠는가. 쥔장이 그렇게 불안한 데 그런 자넬 보고 남이 자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겠는가?”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윤왕구의 말 속에는 질타하는 목소리가 완연했다.

“…….”

최풍원이 즉답을 하지 못했다.

“자네가 단단히 중심을 잡아야 할 게 아닌가? 세상에 내 일을 대신 떠안을 사람은 없네!”

“새겨 듣겠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생각하게! 장사 간단하지 않은가? 잘 사고 잘 팔면 되는 게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장사를 하다보면 도움을 주는 놈도 있지만 걸림돌이 되는 놈도 분명 있을 테고, 그럼 도움을 주는 놈은 친구로 삼고, 해가 되는 놈은 죽이면 되지 않겠는가?”

“…….”

윤왕구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걸림돌은 분명했지만 그 걸림돌을 파내는 방법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최풍원은 대답을 회피했다.

“지금 북진여각에 가장 큰 걸림돌은 청풍도가가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자네가 그들과 맞설 힘도 없고, 더구나 타협해서 함께 살아갈 수는 없는 일이고 어쨌든 그놈들을 꺼꾸러뜨려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이겠지?”

윤왕구가 정곡을 찔렀다.

“지금 청풍도가의 숨통을 끊기 위해 그리로 들어가는 물류를 끊으려 하고 있습니다요. 그런데 그게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지금 제 힘만으로 그들을 당장 자빠뜨릴 수는 없고, 이러다 그들을 잡지 못하면 제가 외려 당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더 커 두렵습니다, 어르신! 실은 그들 눈밖에 띄지 않으면서 장사를 어느 정도 키운 다음 그들 목줄을 서서히 죌 작정이었는데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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