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미국과 이란 간 갈등으로 우리 군의 이란파병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정부는 아덴만 일대에 파견돼 있는 청해부대를 한시적으로 파견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미국과 이란 양국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을 지원하고 이란을 자극하지 않는, 최선의 현명한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으로 파견범위를 확대할 경우 안전한 항행에 기여할 수 있어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면서, 우리나라와 경제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이란과의 관계도 감안해 양국 모두 수용 가능한 절충점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우리 군 지휘 하에 우리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청해부대를 보내는 것은 무엇보다 중동지역 우리 국민과 선박의 안전 확보 차원이라는 점이다. 국익을 챙기고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는 자존심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현재 중동지역에는 2만5천여명의 우리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우리 선박이 900여회 통항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이 잇따르자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민간 선박 보호를 위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 이른바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 동맹국의 참여를 요청해 왔다. 

이후 미국의 드론 공습으로 이란의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살해돼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더욱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당시 이란은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 두 곳에 보복 공격을 단행했으며, 미국 우방국들에 이란에 대한 공격에 가담하지 말라고 경고해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처럼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 중동지역이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에 처하자 이란과 경제적 유대관계를 발전시켜가고 있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진 것이 사실이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해 왔다.

미국의 파병요청을 거절할 수도, 흔쾌히 응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미 아덴만에 나가 있는 청해부대의 파병 범위만 확대한다는, 독자적 파병 결정은 신의 한수로 읽힌다.

정부는 호르무즈 독자파병 결정으로 한미 동맹을 고려하면서도 이란과의 마찰을 피하며 외교적 균형을 유지한 것이다. 이란 입장에서도 미국 주도의 연합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 선박을 지키기 위한 파병이라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지역의 정세가 만만치 않은 현실이다. 이란 파병문제가 이 정도에서 일단락 됐다는 점에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파병은 국민의 생명문제와 직결된 만큼 매우 신중해야 한다. 작전 지역 확대를 통한 지원 결정은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안전 항해 등 총체적 국익을 고려한 조치로 이해할만 하다.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의 안정을 위해 긴장을 늦추지 말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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