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 산책]비육지탄(髀肉之嘆), 살이 찐 것을 한탄하다
[김치영의 고전 산책]비육지탄(髀肉之嘆), 살이 찐 것을 한탄하다
  • 충청매일
  • 승인 2020.01.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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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유비(劉備)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거리에서 물건을 팔아 생계를 잇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 가운데 배움에 뜻이 있어 15세 때 노식 선생에게 학문을 배웠고 그 와중에 동문 공손찬을 만나 우애를 맺었다.

그러나 이 무렵은 천하가 어지러운 때라 학문보다는 백성을 평안케하는 일에 뜻을 두어 호걸들과 교류하며 지냈다. 이때 관우와 장비를 만나 도원결의를 맺었고 토벌군에 참가하여 황건적을 물리치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로 인해 작은 벼슬을 얻었다. 하지만 얼마 후 원소에게 패해 이번에는 쫓기는 신세가 되었고 가까스로 공손찬을 찾아가 몸을 의탁하게 되었다.

다시 원소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명성을 되찾았고 이때 조조의 도움으로 여포를 물리치게 되었다. 그때 조조 휘하에서 벼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조조 모살계획에 관여한 것이 드러나자 하비로 달아났다.

이때 조조는 일취월장하여 스스로 대장군이라 칭하며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반면에 유비는 따르는 군사 하나 없이 처량한 촌로의 신세였다. 그렇게 6년이 허무하게 지나갔다.

어느 날 유비는 조조에게 쫓겨 다시 형주에 있던 유표에게 의탁하게 되었다. 반면에 조조는 원술과 여포와 원소를 차례로 격파하여 하북 대평원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제 조조에 대항할 수 있는 자는 강동의 실력자 손권 정도였다. 유표는 자신의 영지를 지킬 뿐이었지 천하를 넘보는 큰 그릇은 아니었다. 그리고 유비는 겨우 손님처지였기에 천하의 흐름에 훈수를 놓을 형편이 아니었다. 그때 유비의 나이가 50줄에 들어섰다. 곁에는 관우와 장비라는 영웅호걸이 있기는 했지만 아직 일정한 기반이 없어 실력을 보여줄 틈이 없었다. 유비는 그런 자신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하루는 유비가 유표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유비는 자신의 옆구리와 허벅지에 살이 늘어지게 붙은 것을 알게 되었다. 자리로 돌아온 유비는 그만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유표가 이를 이상하게 여겨 까닭을 물었다.

“아우님, 도대체 무슨 일이오? 어찌하여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것이오?”

이에 유비가 눈물을 그치며 서럽게 대답했다.

“유표 형님, 제가 이전에는 말안장에서 떠날 일이 없어 항상 배와 허벅다리에 살이 없었습니다. 탄탄하고 날씬했지요. 그런데 지금은 몇 해를 말을 타지 않으니 허벅지에 살아 붙어있는 걸 알았습니다. 도대체 어느 때가 되어야 천하의 공을 세울지 그걸 생각하니 슬퍼져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게 된 것입니다.”

유비의 이런 슬픔은 7년이 더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적벽 싸움에서 일약 용맹을 날려 형주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어 양자강 중류의 요충지 강릉에 진출했을 때는 어느덧 조조와 손권과 견줄 수 있는 강자로 떠올랐다.

비육지탄(髀肉之嘆)이란 오십이 넘도록 세월을 헛되게 보내 이제는 몸도 살이 쪄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신세를 한탄한다는 뜻이다. 새해에는 분명한 목표를 한 가지만이라도 갖고 살도록 하자. 그러면 인생이 활기차고 삶이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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