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충주농고 교장
수필가

[충청매일] 대한민국의 희망찬 한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는 교수신문이 주관하여 2001년부터 매년 12월에 선정 발표해왔다. 2019년 한해도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사자성어는 전국 대학교수 1천45명을 대상으로 이메일과 온라인 설문 조사에서 347명(33%)이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택했다고 발표했다.

공명지조는 불교의 ‘아미타경(阿彌陀經)’, ‘잡보장경(雜寶藏經)’ 등 여러 경전에 나오는 새의 이름이다. 머리가 두 개인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먹었는데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가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다. 운명 공동체인 두 머리는 결국 모두 죽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공명지조와 같은 대단히 심각한 이념의 분열 증세를 겪고 있다. 보수와 진보 양극단의 진영이 적대시하며 끝장을 낼 듯 혈전중 이다. 돌이켜보면 현 집권세력은 평등과 공정 정의를 외치며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온 나라의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이 나라를 좀 먹어온 부조리와 폐단을 뿌리까지 뽑아내어 진정으로 깨끗한 나라가 된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집권 1년이 지나면서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 2017년)이었다. 즉 사악한 것을 부수고 사고방식을 바르게 한다는 뜻에 공감하면서 새 세상이 도래할 것으로 믿었다. 그런데 모든 국민들이 적폐청산으로 너도 나도 행복 할 걸로 생각했는데 뜻 밖에도 정치보복으로 비춰지면서 국민들은 임중도원(任重道遠, 2018년)을 입에 달고 살았다. 착한 국민들은 정부만 믿고 묵묵히 생업에 종사했다. 이번에는 국민들의 입에서 어떤 말들이 나왔을까. 그 답이 교수들이 지정한 공명지조(共命之鳥)였다. 그것은 우리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격화되고 그것이 공멸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상황인식을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초기 그렇게 강조했던 협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국회는 법적 근거도 없는 여당과 군소야당(4+1협의체)을 만들어 밀실협상으로 2020년 공룡예산, 연동형선거법, 공수처법까지 강행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회법상 교섭단체 대표협상이라는 대원칙은 철저히 무시했다. 두고두고 우리 헌정사에 입법농단으로 남을 것이다.

법무부장관 청문회에서 촉발된 정쟁은 국민들까지 이들과 함께 편싸움에 동조하여 서초동에서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외치면 광화문에 운집한 국민집회는 정권퇴진을 외치며 서로 삿대질에 여념이 없으니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작금의 정치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 반목과 질시(疾視)를 해결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를 이용하고 심화함으로서 오로지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술(詐術)에 불과하다. 특히 정치, 경제, 사회, 외교, 안보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정책기조는 구호에 머물러 있다. 국민들의 삶의 질은 갈수록 팍팍해 지기만 하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불투명하다. 가짜와 진짜가 마구 뒤섞여 분간하기 힘든 ‘혼돈의 시대’다. 결국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힘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4월 총선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일꾼을 뽑아서 협치하는 새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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