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제가 북진여각을 쓰러뜨리기 위해 강 선주와 결탁을 했습니다요. 장마당에 무뢰배, 대장간, 사공도 모두 제가 매수해 꾸민 일이옵니다. 강 선주가 본전에도 모자라는 곡물을 값싸게 내놓은 것도 북진여각의 기운을 빼기 위해서였소. 그리구…….”

“그런 건 나도 짐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니 그만두고 쓰레기 같은 곡물 섬으로 뭘 어떻게 하려 했는지 그걸 말해 보거라.”

“북진에선 곡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강 선주 배에 실린 미곡 삼백 섬을 미끼로 유인해서 나중에 지가 끌고 온 가짜 곡물로 북진여각의 특산물을 모두 실어내려 한 것이오. 그런데 나중에라도 속은 것을 알게 되면 문제의 소지가 있으므로 증거를 없애기 위해 배가 침몰한 것처럼 꾸미려 한 것이요. 그러면 문서에는 분명 미곡 이천 섬으로 계약이 되어 있고 서로 수결이 되어 있으니 배만 가라앉히면 감쪽같이 해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소이다.”

“그래서 네놈이 얻을 게 뭐더냐?”

“곡물도 떨어지고 특산품조차 몽땅 사기를 당했으니 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북진여각이 망하면 그 상권을 내게 넘겨주겠다고 약조 했소이다.”

“이런 쳐죽일 놈!”

최풍원이 치를 떨었다.

“대행수 어른! 제발 목숨만…….”

송만중이 지레 겁을 먹고 설설 기었다.

“그래 청풍부사는 뭣 땜에 만났느냐?”

“그건 북진에서 강장근이가 저지르는 모든 불법적인 일들을 눈감아주고 혹시 위험한 일이 생기면 부사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라는 서찰을 전하기 위해서였소.”

“그래, 부사가 그렇게 하겠다고 약조를 하더냐?”

“일개 시골 부사가 세도가 대감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있겠소이까?”

“좋다! 내 오늘 세도보다도 더 무서운 꼴을 당하게 해주겠다.”

한편, 특산물을 모두 싣고 북진나루를 몰래 떠난 강장근은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쓰레기나 다름없는 곡물 섬을 넘기고 귀한 특산물을 거저 얻었으니 횡재도 이만저만한 횡재가 아니었다. 캄캄한 물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지만 마음은 한없이 뿌듯했다. 강장근의 배들이 포탄여울이 있는 재구미 마을 가까이 다다르자 강폭이 갑자기 좁아지며 물살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낮에도 방심을 하면 배가 깨지기 일쑤인 악명 높은 여울을 한밤중에 그것도 달빛 한 점 없는 칠흑 같은 밤에 내려간다는 것이 무리였다. 물살이 세차게 흐르며 배가 빨라지자 뱃꾼들이 당황해서 우왕좌왕했다. 그때였다. 앞서가던 배 한 척이 무언가에 부딪치며 묵직한 소리를 냈다. 곧이어 뒤따르던 모든 배들이 연달아 충돌을 하며 서로 뒤엉켜버렸다. 순식간에 강장근 선단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슨 일이냐?”

강장근이 소리쳤다.

“강물에 뭔가 떠있는 것 같습니다!”

“횃불을 밝혀라!”

강장근의 외침에 뱃전마다 불이 밝혀졌다.

좁은 협곡이 환하게 밝아졌다. 강물 위에는 어지럽게 널려진 수십 바닥의 뗏목들이 병목 같은 여울 입구를 막고 강장근 선단의 뱃길을 방해하고 있었다.

“떼꾼들이 보이지 않느냐?”

“이런 이슥한 밤중에 떼꾼들이 뭣땜에 떼동가리에 있겠습니까요?”

그건 그랬다. 술에 취했거나 미치지 않은 다음에야 이런 밤중에 떼를 부릴 놈이 있을 리 없었다. 만약 그런 놈이 있다면 그런 놈은 사잣밥을 먹기로 작정한 놈일 것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여기서 묵고 내일 뗏목이 치워지거든 다시 떠나야 할 것 같사옵니다.”

모두들 그 말에 동의를 했다. 강장근 선단의 뱃꾼들이 모두 내려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재구미 마을로 들어갔다.

모두들 그 말에 동의를 했다. 강장근 선단의 뱃꾼들이 모두 내려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재구미 마을로 들어갔다.

이튿날 일찍 잠에서 깨어 강가로 나온 강장근은 혼절을 할 만큼 깜짝 놀랐다. 여울 입구를 막았던 뗏목들은 그대로 있었으나 특산물이 잔뜩 실려 있었던 배들이 밤사이에 감쪽같이 없어진 것이었다. 마치 하룻밤 꿈을 꾸고 난 것처럼 허황했다. 강장근이 주막에 있는 뱃꾼들을 부르기 위해 돌아서는 순간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거기에는 건장하고 우락부락한 무뢰배들이 저승사자처럼 강장근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강수를 비롯한 동몽회 회원들이었다. 강수 일행이 일사분란하게 강장근을 자루에 넣어 경심령을 넘어 북진으로 돌아왔다.

“너 이놈들! 내가 누군 줄 아느냐?”

강장근이가 자루 속에서 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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