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그때였다. 강가 곳곳에서 횃불이 치솟았다. 때를 같이하여 어둠을 이용해 강물 위에 숨어있던 물개 일행들이 동앗줄을 몸에 매고 정박해 있던 경강선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재빠르게 동앗줄을 뱃머리에 묶었다. 동시에 강가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십 명의 담꾼들이 동아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배들이 돌풍을 만난 것처럼 쏜살같이 강가로 일시에 끌려갔다. 자맥질을 하던 놈들이 놀라 뱃바닥에서 뽑은 말뚝을 버리고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물길을 잘 알지 못하는 녀석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맴만 돌 뿐이었다. 뭍에서보다도 물에서 더 능수능란한 물개가 일행들과 함께 녀석들의 덜미를 잡고 한 명씩 강가로 끌어냈다. 물개는 피라미보다도 빠르게 헤엄을 치며 녀석들을 잡아 날랐다. 물에서는 물개를 당할 놈이 없었다. 모두들 물개의 헤엄치는 모습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배들이 모두 강가로 끌어올려졌다. 고패를 시키기 위해 뱃바닥에 말뚝을 뽑던 놈들도 몽땅 잡혀 결박을 당한 채 땅바닥에 꿇렸다. 송만중도 강장근의 배에 숨어있다 붙잡혀 끌려나왔다. 봉화수가 송만중이를 북진여각으로 끌고 갔다.

“너 이놈! 모두 이실직고 하거라!”

최풍원이 송만중에게 호령을 했다.

“무엇을 이실직고하란 말이오?”

“네놈이 아직도 뭘 믿는 구석이 있나본데 이젠 다 끝났다!”

“최 행수! 내가 예전 송만중인 줄 아시오?”

송만중의 엄포에 최풍원이 피식 웃었다.

“네놈이 김판근 대감을 염두 해두고 허세를 부리는 모양인데 그런 기대랑은 애초에 버리거라!”

“내게 손끝이라도 댔다가는 최풍원 네놈부터 청풍부사로부터 먼저 오라를 받을 것이다!”

오히려 송만중이 최풍원을 향해 호령했다.

“얘들아, 섬들이 독을 가지고 오너라!”

동몽회 회원 서너 명이 한 섬들이 커다란 독을 뒤꼍에서 들고 나왔다. 독은 장정 둘이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넓었고, 어른 키보다도 높았다.

“저 놈을 독 속에 처넣거라!”

송만중이 결박을 당한 채 동몽회원들에게 들려 독 속에 넣어졌다.

“강장근이와 있었던 모든 일을 말 하거라!”

“뭘 말하라는 거냐?”

송만중이 발뺌을 했다.

“독 속에 물을 채우거라!”

독 속에 점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송만중은 입을 열지 않았다. 물이 목까지 차오르자 송만중이 모가지를 자라처럼 빼들었다. 그래도 계속해서 물이 부어졌다. 물이 독의 주둥이까지 찰랑찰랑하게 부어졌다. 송만중이 몸도 물 속에 완전히 잠겨 거뭇거뭇한 머리 윗부분만 보였다. 숨이 막혀오자 손이 묶여있는 송만중이 발끝으로 돋움질을 했다. 독 아가리 밖으로 송만중의 머리가 오르락내리락 했다.

“최 행수! 네놈이 진정 날 죽일 셈이냐?”

송만중이가 바튼 숨소리를 내면서도 여전히 기가 꺾이지 않았다.

“소래기를 덮어라!”

최풍원이 송만중이 들어있는 독의 뚜껑을 닫으라고 명령했다.

송만중이 발버둥을 치는지 독이 들썩들썩 했다. 동몽회원들이 달려들어 독과 소래기를 눌렀다. 한동안 독 속에서요동질이 계속되었다.

“소래기를 열거라!”

“최 행수! 살려……주시오!”

독 속에서 모가지를 뺀 송만중이가 하얗게 질려 애원했다.

“늦었다! 네놈 얘기는 들을 것도 없다!"

최풍원이 애원하는 송만중이를 뿌리쳤다.

“내 다아……얘기를 할 터이니 제발…….”

독 밖으로 들락날락하던 송만중의 머리가 뜸해지더니 이내 독 속으로 가라앉았다. 송만중이가 독 밖으로 끄집어내졌다. 축 늘어진 송만중이가 죽은 듯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린 송만중이가 공포에 질려 두 손을 싹싹 빌었다. 그러나 최풍원은 다시 송만중이를 독 속에 처넣었다. 송만중이가 발버둥을 쳤지만 손이 뒤로 결박되어진데다 동몽회 장정들의 우악스런 힘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몇 번을 돋움질하던 송만중이 이내 독 속으로 가라앉았다. 동몽회원이 송만중의 상투를 잡아 독 주둥이 밖으로 머리를 끄집어 올렸다. 송만중이 물에 빠진 생쥐처럼 늘어졌다.

“대행수 어른, 제발 목숨만 살려주시오!”

송만중의 낯빛은 이미 살아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네놈 스스로 모든 것을 실토하거라!”

“……·.”

최풍원의 다그침에도 송만중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지 않았다.

“또 독 속으로 들어가겠는가?”

겨우 정신을 차린 송만중이에게 최풍원이 독을 가리키며 물었다.

“아, 아니요!”

송만중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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