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출신 사윤택 작가, 31일까지 서울서 ‘진술하는 회화’展

사윤택 作 ‘Whoosh!’ 2017.
사윤택 作 ‘Whoosh!’ 2017.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충북 청주 출신의 사윤택 작가가 서울시 중구 필동에 있는 세컨드 에비뉴 갤러리에서 오는 31일까지 ‘진술하는 회화’전을 주제로 개인전을 개최한다.

사윤택 작가의 아홉 번째 개인전인 ‘진술하는 회화’전은 정지한 시간처럼 보이는 ‘지금’이라는 순간, 그 일순정지의 순간 안에 시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건, 그것도 매우 구체적이며 작가 특유의 취향적인 사건을 들여다본다는 취지의 회화 7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시간의 문제들을 난해하게 따져야 하는 개념주의적 척도가 있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것은 한없이 작아지는 시간의 틈, 그 ‘시간 없는 시간’이 기다랗게 늘어지고 있는 구체적 풍경으로 나타난다.

안무비평가 김남수씨는 사윤택 작가의 회화에는 무엇인가 두 가지 시간적 선후의 사건들이 겹쳐져 있거나 그 선후관계가 동시화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제 했다. 가령 이미 어디론가 달아나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고 할 경우 그 사람의 뒤편으로 추격하는 또 한 사람이 있는데, 그 추격자는 다름 아닌 그 달아나는 사람으로 밝혀진다는 점이다.

사윤택 작가의 캔버스에는 이처럼 분열적인 자아들의 형상이 마치 데이빗 린치의 영화 모티브처럼 등장한다. 자아는 시간축선 위에서 분열하고 그 분열이 일어나는 시간은 흐름이 아니라 마치 여기 정지해 있는 듯이 보인다. 사윤택 작가는 이 정지한 시간처럼 보이는 ‘지금’이라는 순간, 그 일순정지의 순간 안에 시간의 본질을 보여주는 사건, 그것도 매우 구체적이며 작가 특유의 취향적 사건을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

마치 꿈 속 시간의 5분 전과 5분 후의 ‘나’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증식해 안마당 가득히 수많은 ‘나’들로 꽉 차듯 아우성치는 악몽의 세계를 리얼리즘의 미덕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적 시간, 그 정지한 시간을 추체험하고 나누는 체험을 하고자 할 뿐이다. 그래서 많은 관람객들에게 단순히 풍경처럼 보이는 캔버스의 내적 현실이 사실은 형이상학적 구체이자 구체적인 형이상학의 ‘지금’이다. 작가의 형이상학에서는 자신과 결속돼 있는 자연이며, 이 자연은 공시적 체험이 일어난 중요한 현장이다.

이 같은 작업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작가는 “무기력한 몸으로 TV 속 테니스 경기를 보던 중에 유명한 테니스 선수의 ‘서브’가 순식간에 날아들고 상대편 선수는 공을 놓쳐 버렸다. 그러나 자신은 (TV 장면 속에서) 공이 어디를 튕겨 날아갔는지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그 체험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이 꽤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젊은 시절, 틈틈이 복싱과 테니스, 배구를 하던 경험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예를 들어 눈을 뜨고 글러브 낀 주먹에 맞는다든지, 배구공에 머리를 맞았을 때 순간적으로 흔들리고 혼미해진 세상의 결(layer)을 경험하고부터”라고 밝혔다.

그는 덧붙여 “한적한 일요일 오후, 차량을 운전하며 콧바람을 쏘이고 있었다. 어느 교차로에서 경찰관의 ‘손놀림’ 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멈춤’을 지시하던 손동작에서 바로 ‘지나가라’ 는 손동작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바로 ‘회화적 스펙트럼’ 에 들어온 시간차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자신의 작업은 “시간이 개입하는 회화의 ‘헛헛함’ 그 무엇에 관해, 사소한 경험과 에피소드를 통해 발현되는 생각들에 대해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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