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민 가마솥은 기획단계부터 그 규모와 제작비 때문에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솥은 4만명 분의 밥을 지을 수 있는 세계 최대 밥솥으로 완성되면 기네스북에 오를 수 있다. 현재 괴산군 인구가 3만9천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군민 전체가 모여 한솥밥을 먹어도 남는다. 전체 무게가 24t인 데다 솥이 워낙 크다 보니 별도로 만든 소형 크레인으로 솥뚜껑을 여닫고, 밥을 푸는 데 대형 바가지 모양의 기계주걱을 사용해야 된다.

그러나 4만명 분의 밥을 지으려면 20㎏짜리 쌀 200부대가 필요한 데 과연 밥을 지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설계단계부터 제기됐다. 지난달 29일엔 가마솥 용선로 해체작업을 하던 인부 3명이 주물 파편에 화상을 입었다. 1명은 하반신 상처가 심해 서울 소재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마솥은 뚜껑 제작 실패만 4번이다. 5번째 시도 끝에 뚜껑을 만들었지만 지난해 11월13일 솥 본체(솥 단지) 제작은 거푸집이 터지면서 쇳물이 흘러내려 실패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솥뚜껑 무게도 감당 못하는 기중기를 설치해 교체를 하는 등 현재까지 재료·인건비를 포함해 1억원 이상의 예산만 낭비했다. 비용 손실이 나자 괴산군은 지난해 말 괴산군의회에 설계 변경 추가 비용 1억4천만원의 예산을 세워줄 것을 요구, 승인받았다. 이로써 군민 가마솥 제작 관련 비용은 군비, 성금 모금, 추경 세출 예산 등을 합쳐 모두 5억원에 이르고 있다.

괴산군민 가마솥 제작은 지난 2003년 12월 군민 성금 모금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제작기일이 수 차례 연기되고 사고가 잇따르면서 가마솥 제작에 대한 전시행정 여론과 함께 재검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인기 위주의 치적 자랑을 위한 잘못된 지방자치행정의 전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괴산군은 현 단계에서 가마솥 제작을 포기하든지, 아니면 기술력과 인력을 충분히 재검토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분야별 전문가의 자문이나 기술지도는 필수적이다. 가마솥 제작을 제안한 괴산군수는 주민들의 반대 의견이 왜 나왔는지를 다시 한번 숙고하고 어떻게 할 것인 지를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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