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시작인가 싶더니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이다. 그런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는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이 철렁한다. 어쩌면 인간들은 시간을 철저히 분절하여 그것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려는 지혜를 발휘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스스로 놓아둔 덫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니면 우주 삼라만상의 질서에 비하면 너무 미약한 존재여서일까? 희망과 낙담을 동시에 안겨주는 그림책 하나를 넘겨보자.

제목이 시사해주는 바가 그러하듯 작가는 어쩌면 순간순간이 소중한 지금 여기의 소중함에  주목하라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표지엔 눈을 감고 있는 소녀가 있다. 금방이라도 눈을 번쩍 뜰 것 같은 모습이다.

첫 장을 넘기면 하얀 여백에 사-뿐이란 단어 하나 다음은 꽃에 내려앉는 나비 그림, 다음엔 또 여백 그리고 또다시 꽃에 내려앉는 나비 그림이 나온다. 이처럼 똑같은 그림이 처음엔 두 번 반복되다가 다시 세 번으로 반복되기도 하고 표지의 소녀가 할머니로 변한 그림으로 끝을 맺는다.

몇 개의 단어가 글 텍스트의 모두다. 그래서 이 책은 그림이 주는 상징성이 큰 것 같다. 색채 역시 가볍지 않다. 그림 읽기 또한 그리 녹녹하지 않다. 머리가 무거워 질 즈음 다시 소녀의 연필화로 다시 한번 책을 넘기게 한다. 그 몇 개의 이미지는 반복되는 일상의 권태, 순간이지만 길게 느껴지는 시간, 같은 시간 다른 느낌의 반복, 그러나 지나고 나면 남는 아쉬움과 회한 등을 깊이 있게 공감하게 한다.

어느 한순간 자신을 돌아보면 섬뜩할 정도로 세월이 흘러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길고 많으리라 생각했던 시간들이 무척 짧다고 느끼는 순간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는 불안과 초조에 휩싸이곤 한다.

그러므로 작가는 모든 시간의 개념을 ‘눈 깜짝 할 사이’로 불러 모은 것 같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우리들의 생은 불가의 진리로 말하지 않아도 짧은 것은 확실하지만 우주 삼라만상의 변화무쌍함 앞에선 심각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순간순간들이 모여 우리들의 소중한 삶이 되며 순간의 선택이 그의 인생을 좌우하기도 하니 이 어찌 가벼이 넘길 수 있겠는가?

한 해를 돌아보며 눈 깜짝할 사이라고 무심히 흘려버린 시간들은 없는지 생각해 보며 살아온 삶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인정하고 그대로 거름 삼아 또다시 반복되는 순간에 충실하자.

이 그림책이 주는 결론에 이르러서는 너무 절망하기 보다는 바쁘고 그날이 그날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뒤로는 베픔과 또다른 희망으로 쌓인다 생각하면 분명 작가는 우리에게 활명수 한 병을 건넨 기분이 들지 않을까?

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은 무수히 많다. 순간을 참지 못해 일어나게 되는 모든 불행들 그리고 순간을 멋지게 요리해 행복으로 바꾸어 놓는 우리들의 일상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적인 삶은 순간의 소중함을 더욱더 필요로 한다. 시간에 쫓겨 순간의 소중함을 잊고 너무 결과만 중요시하다 보면 어딘가엔 놓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순간의 모임인 짧은 시간들이 모여 우리의 행복이 결정된다. 작가는 그래서 지금 이 순간 행복하기를 이 책의 모든 이미지로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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