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얼마나 싼 값에 주겠소?”

유필주가 반색을 하며 달려들었다.

“유 선주가 흡족할 정도로 주리다!”

“고맙소이다! 최 행수!”

유필주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어물과 잡화, 약은 어쩌겠소?”

최풍원이 어물상 상갑이와 잡상 봉수, 그리고 약상을 하는 석근이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나도 내려가는 길에 세곡을 싣고 한양으로 가야 하기 때문에 북진여각에 도거리로 넘기겠소.”

어물상 상갑이가 말했다.

“나는 북진난장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장살 해볼까 합니다.”

“나도 올라온 김에 여름까지 여기 머물며 약을 직접 팔아볼 생각이오.”

잡상 봉수와 약상 석근이는 북진에 남아 직접 장사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잡화도 그렇고 약도 그렇고 여기는 한양과 달라 그 많은 물건들을 직접 산매하려면 꽤나 시일이 걸릴 터인데 괜찮겠소이까. 또 두 경상들은 우리 북진 사정도 잘 모르지 않소이까? 우리 상전 중에도 잡화와 어물을 취급하는 객주가 있으니 같이 해보심이 어떻겠소이까?”

경강상인들이 가지고 온 자신들의 물건을 북진난장에서 직접 팔아보겠다는 말에 최풍원이 상전 객주 김길성과 장순갑과 함께 동업할 것을 제의했다. 만약 경상들이 직접 산매를 한다면 어물전 김 객주나 잡화전 장순갑이 위축될 것이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하겠소이다.”

잡상 봉수와 약상 석근이도 최풍원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경상들도 자신들이 가지고 온 많은 물건들을 일일이 산매하는 것은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두 분께는 장터에 가가를 하나씩 마련해드리라고 하겠소다. 그리고 우리 여각 임원들에게 장사를 도와드리라고 하겠소이다. 혹여, 장사를 하다가 어려운 점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을 하시요!”

“고맙소이다, 최 행수!”

“유 선주께서는 어찌 하시겠소?”

“어차피 홍 선주와 나는 함께 가흥에서 세곡을 실어야 하오. 그러니 우리가 싣고 온 곡물은 값을 매겨 특산품과 바꿔주시오.”

“두 분 선주가 필요한 것이 베와 명주, 곡자, 산채, 청, 기름, 돗자리라고 했던가요? 품질은?”

“공납하는 물건 상질로 하면 뭐하겠소. 갯수만 맞추면 되지. 최상품은 따로 좀 챙겨 주시오, 어디 인사치레를 할 곳이 있으니…….”

유필주 뿐만 아니라 관청에 공납을 하는 상인들은 벼슬아치들과 결탁을 해서 물건은 중질을 들이고 값은 상질로 쳐서 받았다. 또 상질 물건을 불하받아 시전에 내놓고 고가로 팔아먹고 하질 상품을 채워놓음으로써 그 차액을 취했다. 물론 상인들로부터 뇌물을 받아먹은 관원들의 눈가림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보게, 두 선주님들 곡물 금은 얼마나 되는가?”

“대행수 어른! 두 선주님들 물산은 모두 이천 냥입니다.”

수천이가 최풍원에게 경강상인들의 물건 값을 고했다.

“자, 어떻게 하겠소이까?”

최풍원이 유필주에게 물었다.

“이천 냥이면 너무 헐한데…….”

유필주는 못내 서운한 눈치였다.

“대신 내가 우리 물산을 헐하게 내어 드리리다.”

“좋소이다. 그럼 우리 배에 실린 곡물을 내리고 특산물을 실어주시오! 그리고 최 행수, 우린 가흥으로 가 세곡을 싣고  하루라도 빨리 한양에 당도해야 하오! 내일 식전이라도 떠났으면 좋겠는데……, 오늘 중으로 우리 배에 실려 있는 짐을 모두 부리고 여각의 특산물을 선적해 줄 수 있겠소?”

벌써 하루도 거의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유필주는 다급한 마음에 불가능한 일을 부탁했다. 작은 거룻배도 아니고, 대선과 중선에 가득 실려 있는 짐을 내리고 다시 싣는 것까지 내일 식전으로 끝내 달라니 웬만한 큰 나루에서도 무리한 일이었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유 선주는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유 선주는 시간이 촉박했다.

“좋소! 무슨 일이 있어도 식전에 떠날 수 있도록 해주겠소!”

“고맙소, 최 행수!”

“그리고 유 객주가 다른 경상들까지 데리고 와 우리 북진난장을 트는 데 많은 도움을 줬으니 내 특별히 유 객주한테는 베 스무 필과 산채 말린 것 오십 관, 참기름·들기름 열 말, 그리고 상질의 목청·석청을 덤으로 얹어주겠소!”

“아이고! 최 행수! 정말로 고맙소이다!”

유필주 입이 바소쿠리만큼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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