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충청매일] 금식과 단식은 모두 곡기를 끊는다는 면에서는 같다. 두 단어 간의 명확한 차이를 볼 수는 없지만 사전적으로 보면 단식은 ‘일정기간 동안 의식적으로 음식을 먹지 않는 것’, 금식은 ‘치료나 종교, 또는 그 밖의 이유로 일정 기간 동안 음식을 먹지 못하게 금해짐. 또는 먹지 않음’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에 종교적 의미에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주로 금식으로 불린다. 종교에서 금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불교의 경우 소승불교는 불탄일인 2월 15일 이전 7일간 금식을 하고, 종종 일식과 월식 기간에도 금식을 하였다고 한다. 도교에서도 금식을 의미하는 벽곡은 신선이 되기 위한 기초적인 수양방법으로 삼고 있다. 우리의 토속신앙에서도 금식은 신을 향한 중요한 의식으로 삼았다. 인디언들은 사내아이에 대하여 열 살이 되면 물도 없는 황야로 추장하여 단식 고행을 시켰다고 한다. 

성경에서 예수그리스도의 광야에서 40일간 금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금식에 대한 성경 해석이 서로 다르지만 가톨릭에서는 사순절 기간에 금식을 한다. 개신교에서는 금식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종종 금식기도를 올린다. 특히 이슬람교에서는 라마단의 기간 동안에는 금식을 4대 계율로 정하여 매우 엄격하게 지키고 있다.

반면에 단식은 종종 저항의 표시로 이루어진다. 어린아이들이 자기의 주장을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 방법이 단식이다. 그런 어린아이에게 밥을 강제로 먹이면 뱉어버리거나 토한다. 요사이 인터넷을 보면 강아지가 밥을 먹지 않아서 걱정이란 글이 많다. 그 대부분이 신체적 심리적 요인이라는 진단을 하고 있지만, 부모나 강아지 주인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단식은 종종 힘없는 사람들이 취하는 가장 대표적인 저항의 표시이다. 사상 최장의 단식 기록으로 되어 있는 아일랜드 독립군 사령관 테렌스 맥스위니는 74일간 단식을 하고 죽으면서 아일랜드 독립에 힘을 주었다. 총 17회에 걸쳐 단식을 한 인도 간디의 단식은 인도 독립과 사회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를 하였다.      

우리의 근세사도 단식은 삭발과 함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저항의 수단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방법이다. 조선말 순종은 단식과 감식으로 나라의 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고, 일제 강점기에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일제 감옥에서까지 단식으로 저항을 표시하였다. 군부독재에 맞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도 단식을 하였다.

지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하고 있다. 그 명분으로 패스트트랙 법안 강행처리 반대, 지소미안 파기 반대, 민생경제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명분이 간디가 단식하자 인도 국민들이 야간 소등으로 응답할 정도로 시민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인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그러나 단식이 대표직과 내년 총선을 위한 것이라면 그 명분은 대의명분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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