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지역발전의 역사는 도로와 철도 등 도시 접근도 향상을 통한 도시발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철도는 현대사회에서 도시의 성장과 역사적 맥락을 같이해왔다.

철도가 고속화됨에 따라 철도역은 과거 단순히 물자와 정보교환을 위한 창구로서의 물리적 공간에서 벗어나 최근 도시발전을 이끄는 핵심 성장거점으로 더욱 입지를 굳히고 있다.

프랑스 북부에 있는 도시 ‘릴’은 과거 석탄과 철강업을 기반으로 부를 축적해왔다. 하지만 도시의 주력 산업이었던 광업이 70년대 들어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면서 도시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에 ‘릴’은 도시 재생의 길을 ‘철도’ 에서 찾았다. 1970년대 당시 ‘불도저’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피에르 모로아 시장은 도시를 살리기 위해 릴을 프랑스∼벨기에∼영국 3국을 연결하는 허브역으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을 실행하고,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를 설득해 기존 계획된 철도노선을 변경시키며 철도노선 유치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인구 20만 남짓한 도시 릴이 파리와 런던, 브뤼셀에 정 중앙에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의 성격을 살려 전략적으로 철도망을 구축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후 릴은 도시발전에 대한 진일보한 철학과 비전 속에 철도역을 단순 역사가 아니라 도시 그 자체로 발전시켰고 역을 중심으로 대형 문화공간을 조성하고 상권을 활성화시켰다.

그 결과 릴은 현재 유럽에서 손꼽히는 교통의 허브이자 상업의 중심지로 탈바꿈해 사람과 물자의 교류를 촉진하는 중추도시 역할을 수행하며 프랑스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일 충북도, 경기도, 진천군, 청주시, 안성시, 화성시가 이른바 수도권 내륙선 국가철도 구축계획 공동추진을 선언하며 해당 사업이 국가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공동추진을 선언한 6개 지방정부는 동탄~안성~진천선수촌~충북혁신도시~청주국제공항을 34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는 해당 노선의 구축을 통해 지방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국가균형발전을 실현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얼마전 120조원 투자 규모의 SK하이닉스가 비수도권이 아닌 경기 용인에 입지가 확정되며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상황에서, 이번 철도망 구축 추진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발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해당 노선은 참여정부에서 조성해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인 충북혁신도시를 지나고 철도 소외지역이었던 경기 안성과 충북 진천을 경유하는 안을 포함하고 있어 그동안 심리적·물리적으로 결절되어 있던 수도권∼충북 간 획기적인 교류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지방공항에 수도권에서 수혈줄을 댓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발상이 아닐 수가 없다.

국가차원에서 철도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가철도망을 구축하면서 사업성 등 경제논리를 우선시하며 국가철도를 확충해온 것을 비춰봤을 때 해당 사업을 현실화 시키는 문제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토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거시적 관점을 뚜렷하게 견지하며 국가철도네트워크 확장 문제를 더욱 전략적 관점에서 검토할 때라고 본다. ‘어디를’, ‘어떻게’ 연결할지 보다 ‘왜’ 해야 하는지 릴의 사례에서 정답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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