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과 쌀 관세화 유예 협상과정에서 다른 농·축산물과의 연계 조건을 대거 수용해 준 사실이 드러나 농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에 밝혀진 사실이 정부의 당초 발표와 크게 달라 ‘이면합의’가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쌀 시장 전면 개방을 10년 간 늦추는 대신 중국의 과일시장 개방 요구를 들어주기로 한 합의내용이 드러나면서 쌀 협상을 다른 품목과 연계하지 않겠다던 정부의 공언이 우습게 돼버렸다. 정부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음은 물론이다. 농림부가 최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 공개한 세계무역기구(WTO) 공식 인증의 쌀협상 원문과 부가합의에 따르면 중국산 사과와 배 등의 수입 위험 평가 신속 추진은 물론 아르헨티나와 캐나다 등에 대해서도 각종 농·축·수산물의 수입 위험 평가 신속 진행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30일 협상 결과 발표 때 수정안 이외에 양자간 쟁점과 부가적 사항은 별도 합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이면합의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농민 단체들이 쌀 재협상 전면 무효를 선언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 신뢰도를 추락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중국과의 마늘협상에서도 2003년부터 마늘 수입을 사실상 자유화하기로 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가 뒤늦게 공개되면서 홍역을 치렀고 마늘 산업 지원에 1조8천억원을 투입하는 등 큰 대가를 지불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세계 각국의 농산물시장 개방 압력을 외면할 수 없다지만 협상 과정과 그 내용을 숨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농민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애초부터 사실대로 밝히고 수입개방에 따른 국가의 사정에 대해 농민들의 이해를 구했으면 힘이야 들었겠지만 스스로 공신력을 추락시키는 자충수를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이면합의’가 아닌 ‘부가합의’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농민은 없고 일반 국민들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119조원의 정책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하나 고사 직전에 있는 우리의 농업을 돈으로 회생시킬 수는 없다. 친환경 농법, 첨단 기업농 육성 등 개방의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가고 피폐해진 농촌을 회생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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