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칼럼]여고동창생, 1박2일의 꿈
[김병연 칼럼]여고동창생, 1박2일의 꿈
  • 충청매일
  • 승인 2019.11.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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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훨씬 뛰어난 것을 ‘수승(殊勝)하다’고 한다. ‘철의 여인(The Iron Lady)’으로 유명한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을 보면 ‘수승’하단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훨씬 수승하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동창회나 계(契)모임을 보면 여자들이 훨씬 수승해 보인다.

여고시절의 꿈과 낭만을 고이 간직한 여고동창생들! 대전 호수돈여고는 120년전 미국인 선교사 캐롤이 기독교정신을 통해 근대여성교육을 목적으로 개성교외에 ‘쌍소나무’집에서 주일학교로 개교하면서 비롯된 학교로서! 1950년 6·25전란을 피해 남하함으로써 지금의 대전에 안착했다. 아내와 ‘명실, 정례, 선정, 재규’ 다섯은 50년전 호수돈여고 시절 ‘5총사’(?)였다. 아내에게 귀가 닳도록 들어서 나도 줄줄이 이름을 외울 수 있게 되었다. 그저께는 30년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정례’부부가 함께 귀국했기에, 동행해 유럽풍의 ‘독일마을’과 ‘원예마을’로 유명한 남해에 사는 ‘명실’에게 ‘1박2일’ 다녀왔다.

정례를 처음 본 것은 30년 전! 미국으로 이민 차 출국하는 김포공항 출국장에서였다. 자꾸자꾸 뒤 돌아보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출국장으로 나가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다. 정례의 남편과 버스에서 동승하면서 초면 인사였지만 우리는 서슴없이 지난 사연들을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정례는 6·25때 오빠 둘이나 전사했다. 하나 남은 오빠와 엄마가 함께 지내던 중, 그 오빠마저도 헬기를 조종하다가 설악산에서 추락해 순직하였다. 억장이 무너지는 통한을 이기지 못해 엄마마저 떠나고 나니, 정례는 천애(天涯)고아(孤兒)가 되었다. 공군 장교였던 남편을 만나 결혼해, 초등학생이었던 아들 둘을 훌륭히 키워 보겠다는 꿈을 안고 그들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아메리칸 드림’의 꿈을 안고 떠난 지 30년! 그것은 ‘인고와 보람’의 세월이었다. 노동자로 시작해 허드렛일을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한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 열 네 살이었던 큰 아들은 금년 44살! 명문대를 졸업하고 뉴욕의 월가에서 CEO가 되어서 대저택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둘째도 미국의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해 미 공군에 복무하다가 예편해 지금은 ‘델타항공’의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대화가 하도 진지하고 감동적이라서 세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남해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명실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명실이는 순천의 갈대밭으로 우릴 안내하였다. 원예마을에 하룻밤은 이야기꽃으로 밤이 지새는 줄 몰랐다. 원예마을의 형형색색 아름다운 정원, 남해 대교, 삼천포 창선대교, 케이불 카, 모두가 환상적이었다.

우리는 다시 평택의 호반에 위치한 ‘선정’이 아파트로 이동해 ‘1박2일’ 투어를 또 했다. 남편이 음악대학 교수였던 선정이 부부는 꿈 같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여고동창생, 1박2일의 꿈’이 두 차례나 지나갔다. 굴러가는 가랑잎만 보아도 웃음 짓던 여고시절! 여고시절의 무수한 꿈과 사연들이, 세월의 무상함 속에서 굴러가는 가랑잎과 함께 구르고 굴러서, 흘러가는 시냇물처럼 묻히고 묻혀서, 칠순 노년들의 꿈으로 영글어서! 이제는 후손을 위한 ‘인고와 보람’의 꿈으로 결실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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