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충청매일] 나의 환경교육의 주제는 대부분 ‘지구환경 위기와 지속가능한 세상만들기’다. 반드시 실천과 행동으로 연결되는 강의를 하겠다고 늘 다짐한다. 한 번의 강의에서 적어도 한 명 이상의 잠재적 환경운동가를 발굴하겠다는 각오로 교육에 임한다. 지구환경을 지키겠다는 나름의 절절한 마음으로….

도입단계에서는 주로 작은 연못의 이야기나 이스터섬의 비극에 대해 설명한다. 이스터섬은 자연환경의 훼손으로 인해 사회기반이 붕괴된 대표적 사례이다. 핵심은 도시 형성과 산업 발전을 위한 주요 자원과 에너지원을 화석연료에서 찾았다는 점이다. 화석연료의 과도한 사용은 결국 미세먼지 발생, 플라스틱 오염,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 치명적인 환경문제를 초래하였다. 기후변화협약 체결,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과 신기후체제 출범을 준비하며 뒤늦은 대응을 모색하고 있으나, 티핑포인트를 넘어 기후의 붕괴와 생태계의 절멸을 향해 치닫고 있는 긴박한 상황임을 피력한다. 정리단계에서는 지구 환경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천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유엔도 아니고 각국의 정부도 아니라 의식 있는 지구촌 시민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금 당장 실천과 행동에 옮길 것을 당부하며 마무리한다.

그런데, 스웨덴의 16살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실천과 행동은 나름의 노력을 펼쳐왔다고 자부하던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을 시작하였고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연사로 참여하였다. 온실가스를 유발하는 비행기 대신 친환경 요트를 타고 15일간 대서양을 횡단해 뉴욕에 도착한 툰베리는 ‘저는 이곳이 아니라, 바다 반대편 학교에 있어야 합니다. 당신들은 빈말로 나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아 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미래 세대의 눈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실망시키기를 선택한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책임을 피해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겁니다. 바로 여기, 바로 지금까지입니다. 더 이상 참지 않겠습니다’며 각국 정부 지도자들과 기성세대들을 질타하였다. 기후위기와 대멸종은 시작되었는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자녀세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오히려 기후변화 문제에 눈을 뜨게 해준 선물이라며 당당히 밝혀왔다. 기후를 위한 튼베리의 노력과 행동은 전 세계에 공감을 일으키며 확산되고 있으며, 9월 말 수백만명이 참여한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촉발시켰다.

사실 우리는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의 온도 증가를 억제할 것을 합의하였지만 이미 극지방의 동토층에선 메탄가스를 녹아나오고 있다. 금세기말 3도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들이 속속 튀어나오고 있다.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을 정점으로 2050년에는 전 세계가 탄소 순제로 배출을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감축계획과 이행수단이 2021년 시작되는 신기후 체제에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니 툰베리의 주장과 질책이 옳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의 첫 번째 과제는 어른들의 무대책을 깨닫고 이 부끄러운 사실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 부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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