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봉화수와 함께 영남 상인들도 북진에 당도를 했고, 이제 유필주와 홍만경이 이끄는 경강상인들만 도착하면 곧바로 난장이 틀어질 것이었다. 아직 난장이 틀어질 날이 되려면 아직 이틀의 말미가 남아 있기는 했지만 경강상인들이 올라오지 않으면 북진난장은 초라한 촌 장 만도 못할 것이었다. 어지간한 일에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 최풍원도 이번에는 조바심을 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북진난장에 북진도중의 사활이 걸려있었다.

“어허, 이 사람들이 철석같이 약조를 해놓고 안직도 안 오면 어쩐다냐.”

목계나루에서 경강상인들이 혹여라도 딴 마음을 먹고 약조를 깨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 최풍원이 어둠에 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북진나루 쪽만 바라보았다.

“대행수 어른, 별 일이야 있겠습니까요?”

봉화수가 최풍원의 불안한 심사를 누그러뜨리려고 별 영양가도 없는 말을 보탰다.

“홍만중은 몰라도 유필주는 반드시 올 것이다!”

최풍원이 봉화수의 뜬 말이 힘이 되었는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최풍원의 믿음처럼 유필주와 홍만중을 비롯한 경강상인들이 십 여척의 대선 상단을 이끌고 남한강을 거슬러 북진나루에 도착한 것은 난장이 열리기 하루 전날이었다. 이미 북진에는 인근의 떠돌이 행상은 물론 강원도 경상도 부보상까지 몰려들어 장 준비를 하느라 난리법석이었다.

제8부 북진에 난장을 틀다 
① 난장에 모인 사람들

드디어 북진에 난장이 틀어졌다.

날이 밝아오자 북진으로 통하는 길은 온통 북새통이었다. 난장으로 가는 북진의 고샅마다 사람들 발길이 어지러웠다. 인근 길이 이러니 난장이 열리는 장마당은 ‘시끌벅적’‘왁자지껄’ 말할 나위도 없었다.

새로 확장한 북진나루에는 경강상인들의 대선 십여 척과 중선들이 정박해있고, 충주 인근 나루의 객주들과 뱃꾼들이 가져온 지토선과 거룻배 이십여 척이 정박해 있었다. 담꾼들은 배와 선창을 오가며 싣고 온 물산들을 하역하고, 선창에는 배에서 부려놓은 물산들이 짚가리처럼 무더기를 이루며 쌓였다. 선창에는 쌓아놓은 물산 더미와 짐을 부리는 담꾼들, 이를 구경하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북진여각의 사랑채와 객사에도 도중회 객주들은 물론이고, 영남상인, 강원도상인들까지 한꺼번에 몰려들어 여각 전체가 손님들로 그득했다. 객사 외양간에도 각지의 장사꾼들이 몰고 온 마소들이 넘쳐나 여각 담 밖 한길까지 매어놓았다. 객사 각 방에는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제각각 자기네 고향말로 떠들어대는 통에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이었다.

난장이 틀어지는 장마당에는 온갖 물건을 진열해 놓은 상전과 이엉으로 지붕을 얹은 임시가게인 ‘가가’ 수십 동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땅바닥에 좌판이나 멍석을 깔고 물건들을 무더기로 쌓아놓은 난전들이 수를 알 수도 없을 정도로 널려 있었다. 북진여각 동몽회원들이 상전과 가가, 난전들을 정리하며 밀려드는 사람들을 단속하느라 분주하게 돌아치고 있었다. 장마당에는 장꾼들만 모이는 것이 아니라 구경꾼들도 덩달아 모여들기 마련이었다. 북진난장에도 인근마을은 물론 십여 마장이나 떨어진 먼 마을에서 온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에는 으레 주막이 있기 마련이었다. 특히 물산들을 풀고 싣고 건너다니는 나루터에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었으므로 주막은 필연적이었다. 주막에는 원근의 장사꾼들이나 길손들이 들러 요기도 하고 잠도 잤다. 이런 주막은 주로 여자가 주인이었고, 음식과 술은 물론 들병이까지 둔 곳도 많았다. 바닥을 핥으며 사는 이런 밑바닥 인생들이 모여드는 주막집은 사연도 넘쳐났고 사시사철 한시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북진나루터 앵두갈보네 주막집에도 몰려드는 장꾼들과 길손들로 북새통이 벌어지고 있었다. 모처럼만에 호황이라 앵두갈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 자식아! 바쁠 땐 일 좀 거들어라!”

“싫소!”

“아니? 요놈에 자식이!”

“내가 왜 니 자식이냐?”

“벼락 맞아 뒈져도 시원찮을 놈!”

“벼락은 두 연놈이 맞아야지, 내가 왜 맞어?”

“뭣이여! 이 때려죽일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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