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충남도지사와 염홍철 대전시장이 자민련과 한나라당을 탈당하면서 불거진 ‘중부권 신당 창당설’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때 세를 과시하며 국정운영의 중심축에 서는 기염을 토하기까지 했던 자민련의 몰락과 중부권 신당설은 동전의 양면처럼 상호관련이 있다. 위기에 처한 자민련이 심대평 지사측과의 통합을 전제로 ‘통합신당’ 창당을 제의했다고 한다.

정당이란 정치적 이념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모여 권력획득을 추구하는 정치 결사체다. 따라서 정권을 차지하려는 정치인들이 정치적 소신에 맞춰 정당을 창당하거나 탈당하는 등의 정치행위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겉으로는 정치적 소신이라는 미명 하에 탈당과 창당을 거듭하지만 사실은 소신을 찾아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눈앞의 이해득실에 집착해 정치판을 때 묻히는 사례를 매우 자주 볼 수 있다. 이번 중부권 신당 창당설 역시 이같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는 힘들다. 지금껏 결코 짧지 않은 세월동안 자민련의 한 울타리에서 흥망성쇠를 함께 하던 정치인들이 시간차 탈당을 하고, 당 해체를 거쳐 이름만 새로운 정당으로 바꾼다고 이들의 정치행위가 질적인 도약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민련이 지나온 전철을 똑같이 답습해 충청권을 지역기반으로 삼고, 과거 회귀적 수구집단이 모이는 방식이라면 시대의 흐름에 부합되는 비전을 찾아보기 어렵다. 충청인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정치집단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충청인을 팔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다음에는 오히려 충청인을 욕되게 만든 원죄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자민련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다시 자민련의 아류를 선보일 심산이라면 아예 창당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한 마디로 지역신당은 불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시대적 추세를 읽고, 사회적 욕구를 수렴하며, 정치를 전진시키는 정당이 필요한 것이지 오갈 데가 마땅찮은 정치인들이 잠정적으로 의탁하는 꼴이어서는 곤란하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머지 않아 가시화 될 ‘중부권 신당’의 정치적 무게를 주목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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