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남이면 산업팀에서 재해 업무를 맡은 지 두 달이 채 안 돼 태풍 소식이 들려왔다. 2004년 우리나라에서 6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천600억원의 재산피해를 입힌 태풍 곤파스 보다 제13호 태풍 링링이 더 큰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보를 보면서 왜 하필 과수와 벼가 무르익고 있는 지금 이런 태풍이 오는지 원망스러우면서 그 피해가 얼마나 될지 며칠 동안 불안에 떨었다.

재작년 여름에 22년만이라는 물 폭탄처럼 내리던 폭우와 그 비로 집을 잃고, 침수된 차량들을 보며 안타까웠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자연재해는 인재가 아니기에 사람이 아무리 해도 다가오는 재해를 막을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기에 더 무섭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태풍은 가을에 올라오기 때문에 수확기를 앞둔 과수의 낙과, 농업 시설물의 파손 등의 피해가 우려되는데 과수 분야에서는 수확 시기가 된 과실은 태풍이 오기 전 조기 수확 및 지주시설을 보강해야 하고, 벼는 논·밭두렁·제방 등이 붕괴되지 않도록 사전 점검 및 정비를 하고 배수로 잡초 제거 및 배수시설을 정비해 원활한 물 빠짐을 유도해야 한다. 비닐하우스 같은 농업시설은 피해 최소화를 위해 비닐하우스 고정끈을 설치해 골조와 비닐을 밀착시키고 측창, 환기창 등 개폐 부위를 점검해 하우스를 완전히 밀폐해 날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비닐하우스 내부 파이프 보강 또는 지지대를 설치해야 하고 비닐 교체 예정인 하우스는 비닐을 미리 제거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저지대·상습 침수지역은 대피 준비를 하고, 고압전선(가로등, 신호등) 근처 접근을 금지해야 한다. 천둥, 번개, 홍수 등의 위험이 있을 경우 건물 안이나 낮은 지역으로 대피해야 하고 집 주변의 산사태 위험이 있는지 살피고 대피 준비를 해야 한다. 다리나 하천도로는 안전한지 필히 확인한 후에 이용해야 한다.

태풍·홍수가 있을 때마다 계곡이나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있다는 뉴스를 접한다. 여긴 파도가 높지 않으니까, 잠깐만 놀다 나오자 하는 이런 안일한 생각이 우리를 돌이킬 수 없는 위험으로 인도하고, 이것은 우리 사회에 팽배한 안전 불감증에 의한 안타까운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번 태풍 링링에 의한 피해가 생각보다는 많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면에서 낙과된 과수와 도복된 벼를 직접 마주하니 정성을 다해 과수와 벼를 재배하셨을 농업인들이 얼마나 가슴이 아플지 더 뼈저리게 느껴졌고, 공무원이 하는 일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청주에 오래 살았던 사람들은 청주는 자연재해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2년 전 폭우와 그 후 지진 등을 생각하면 더 이상 청주도 안전 지역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안전한 대한민국 속의 안전한 청주시를 꿈꾸며 무서운 자연재해 앞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도록 청주시 공무원으로서 최선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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