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도움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어
학년 바뀌어서도 가해 학생과 같은 반에 배정

[충청매일 양선웅 기자] 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장애가 있는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일 년 넘게 집단 폭행과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 참다못해 담임교사와 특수전담교사 등에게 지속적인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음에도 적절한 대처나 조치가 없어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지난 24일 피해 학생 학부모와 해당 학교 등에 따르면 청각장애 학생 A(15)군이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입학부터 지속적으로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다.

또 최근까지도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이 A군은 집단 폭행에 가담했던 학생 중 두 명과 학년이 바뀌어서도 같은 반으로 배정되는 등 학교 측에서 폭력의 빌미 제공해 충격이다.

도교육청은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학년이 바뀌거나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피해학생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도록 일선 학교에 권고하고 있다.

학생들의 일상적인 집단 따돌림으로 A군은 수차례 병원치료를 받았고 정신적인 고통까지 호소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A군의 실내화를 3~4명의 학생이 빼앗아 서로 돌리기도 했다.

A군은 “등교 할 때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힘들다”고 말했다.

A군의 학부모는 폭력은 학생들로부터 만이 아니라 교사에게서도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수업시간 도중 A군이 수차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교사의 거부로 교실에서 부끄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한창 사춘기를 겪으며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인 동시에 집단 학교 폭력의 대상이 되던 A군에게는 그야말로 치욕적인 순간이었다.

해당 교사는 “시험을 대비해 힌트를 주는 시간이었다”며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은 욕심에 학생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A군의 학부모는 “아들이 많을 때는 하루에 다섯 번, 적으면 한두 번 정도 매일같이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학교 측에서는 외면했다”며 “학교 교사들은 우리 아이가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힘들어하는지는 몰랐다는 말로 책임을 피할 뿐”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학교에서 쉬쉬하고 사건을 덮으려만 하는 사이 아이는 극단적인 생각을 할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동생에게 이어져 일기장에 ‘형 때문에 내가 괴롭다. 형이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써 놓은 것은 발견하고 억장이 무너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학교 관계자는 “A군이 많은 괴롭힘을 당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많이 힘들어 하는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 중이나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입장 등 민감한 사항이 많아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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