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어느 날 노나라 장공은 대부 당씨가 주최한 연회에 참석했다. 그때 당씨의 딸 맹임을 보자 한눈에 반하였다. 그녀를 데려와 비(妃)로 삼고 이후 아들 반을 낳았다.

그는 본래 제나라 여자 애강을 본부인으로 맞이했지만 불행히도 아들이 없었다. 이후 애강의 여동생 숙강을 첩으로 들여 그녀에게서 아들 개(開)를 낳았다. 하지만 말년에 맹임을 총애했기에 그 아들 반을 후계자로 삼고자 했다.

장공에게는 동생이 셋 있었다. 둘째 경보, 셋째 숙아, 막내 계우였다. 장공이 병이 들어 동생 숙아를 불러 후계자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숙아가 대답했다.

“아버지가 죽으면 아들이 잇고, 형이 죽으면 동생이 잇는 것이 노나라의 정해진 법입니다. 유능한 둘째 형 경보가 있는데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이어 막내 계우를 불러 똑같이 물으니 계우가 대답했다.

“제가 죽음을 각오하고 총애하시는 반을 반드시 군주로 세우겠습니다!”

이에 장공이 숙아의 말을 전해주며 걱정을 표시했다.

며칠 후 계우가 숙아를 초대하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잠시 계우가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계우의 부하가 숙아에게 다가가 잔을 올리며 협박했다.

“이 술을 마시면 후손으로부터 제사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절하면 후손마저도 없게 될 것입니다.”

숙아는 어쩔 수 없이 독주를 마시고 그 자리에서 죽었다. 얼마 후 장공이 병으로 죽고 반이 제후의 자리에 올랐다. 막내 계우가 장공과의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 무렵 경보는 장공의 부인 애강과 몰래 정을 통하는 사이였다. 애강이 종종 숙강의 아들 개(開)를 제후로 세우고 싶다고 하자 경보가 이에 호응했다. 하루는 반을 외가인 대부 당씨 집으로 초대하였다. 반이 대문에 들어서자 경보의 무사들이 단칼에 살해했다. 계우는 황급히 진(陳)나라로 달아났다. 마침내 경보가 숙강의 아들 개(開)를 제후로 세우니 이가 민공이다.

2년 뒤에 경보는 애강과 모의하여 이번에는 자신이 군주에 오르려 했다. 부하를 시켜 몰래 민공을 살해하였다. 하지만 노나라 대신들이 들고 일어나 반란죄로 경보를 체포하려 하였다. 이에 경보가 두려워 제나라로 달아났다. 좌씨전에는 그저 경보가 제나라로 갔다고만 기록했다. 공자는 이를 군주 두 명이나 살해한 경보의 죄를 숨겨준 언론이라 비판했다.

이후 경보는 끝내 노나라로 돌아오지 못하고 결국 자결하고 말았다. 그의 정부 애강 또한 죽어서 노나라에 돌아왔으나 백성들이 그 시신을 발기발기 찢었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세가(史記世家)’에 있는 이야기이다.

휘막여심(諱莫如深)이란 언론이 불의한 세력은 죄를 덮어주고 의로운 세력은 죄를 부풀려 알린다는 뜻이다. 나쁜 놈들끼리는 철저히 연대를 맺어 이익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검찰개혁을 위한 촛불집회에 3만 명이 넘는 인원이 서초동 일대를 빙 둘렀다. 하지만 보수 언론 어디도 기사화 하지 않았다. 대신 한국당 빡빡머리 행사는 대문짝만하게 취급하였다. 언론이 제 할 일을 못하면 백성들의 입이 성난 파도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새삼 이번 주 토요일 촛불 집회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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