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역 폐지 줍는 노인 550명…24.7%가 기초수급자
안전장구 없어 사고 위험 노출…지자체 대책마련 시급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가 차도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다가 가득 쌓아올린 박스가 무너져 내려 도로를 막고 있다.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가 차도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다가 가득 쌓아올린 박스가 무너져 내려 도로를 막고 있다.

 

[충청매일 양선웅 기자] “날씨가 무슨 상관이에요 비가오던 눈이오던 하루벌이인데 쉴 틈이 없지요.”

16일 오후 충북 청주시에서 만난 재활용품과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 A(74)씨의 말이다.

그는 ‘오늘 날씨도 더운데 힘들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하고 근처 고물상에 하루 온종일 모은 박스 등을 내려놨다.

청주시의 요즘 폐지 시세는 kg당 40원 꼴, 불과 3개월 전만해도 70원 하던 가격이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A씨는 이날 폐지 30kg 남짓을 팔아 1천300원을 손에 쥐었다.

청주시가 7월 청주시내 읍면동을 대상으로 조사한 폐지 줍는 노인은 550명에 달한다.

청주시 노인 200명중 1명이 폐지를 줍고 있는 셈이다. 폐지 줍는 노인 가운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은 4분의 1 정도인 24.7%로 각각 84명과 52명으로 집계 됐다.

A씨는 “폐지를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져 서둘러 돌아다녀야 한다”며 “교통사고 걱정까지 하면 제시간에 일을 못 끝낸다”고 말했다.

생계를 위해 거리로 내몰린 노인들이 점점 더 도로위의 무법자로 변하는 이유다.

대부분의 폐지 줍는 노인들은 변변한 안전장구나 기초적인 교통안전교육도 받지 못해 사고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지난해 1월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에서 엄동설한에 재활용품을 줍기 위해 손수레를 끌고 가던 70대 할머니가 승용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할머니는 영하의 날씨에도 이른 아침에 재활용품을 줍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또 지난 11일 청주시 청원구의 한 사거리에서는 폐지를 가득 실은 리어카가 차도를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다가 가득 쌓아올린 박스가 무너져 내려 도로를 막았다. 주행하던 차량들은 리어카를 보고 급정거를 하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현행법상 리어카는 차로 분류돼 차도를 사용해야 하며 인도를 사용할 시 불법으로 범칙금이 부과된다.

시에서는 지원하는 노인복지혜택이나 사업 등을 장려하며 폐지 줍는 행위를 만류하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노인들의 폐지 줍는 행위 자체가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 자제해 달라는 입장이다”고 밝혔다.

이어 “시 차원에서 안전 용품이나 리어카 등을 제공하는 방법은 폐지 수거를 장려하는 행동이며 노인들을 위험 속으로 내모는 일이다”며 “뚜렷한 지원근거도 없고 집계된 폐지 수거 노인들의 대부분이 소외계층에 속하지 않는 일반 노인으로 나타나 지원의 형평성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사회복지 관계자는 “당장 폐지 줍기를 그만둬도 생계에 지장이 없도록 지자체가 기초수급자가 제외되는 노인일자리지원사업을 개선하고 노령연금과 생활환경 향상 등이 모두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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