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기원전 546년, 최저는 제나라의 실세였다. 장공이 죽자 후임으로 경공(景公)을 세웠다. 이어 최저가 우상(右相), 경봉이 좌상(左相)를 맡았다. 신하들은 경봉을 교활하고 간사한 자라고 여겼다. 항상 최저를 높이고 자신은 낮추어 권력의 암투에서 교묘히 살아났기 때문이다.

이 무렵 최저는 새로운 부인에게서 막내아들을 보았다. 기존의 아들 둘이 있지만 막내아들을 누구보다 총애하였다. 그러던 중 큰아들 최성이 법을 어겨 죄를 짓게 되었다. 최성이 벌을 받기 두려워 고향으로 내려가 지내고자 했다. 이에 최저가 최성에게 말했다.

“선조를 모시는 땅에 죄인이 내려가 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대로 집에 있거라.”

이런 계기로 부하들이 막내아들을 후계자로 삼도록 건의하였다. 최저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러자 큰아들 최성이 최저의 부하들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다. 이에 좌상 경봉을 몰래 찾아가 하소연하였다.

그 무렵 경봉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최저가 권력을 독점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언제고 최저가 망하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최저의 큰아들 최성이 찾아왔으니 이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던 것이다. 경봉이 최성에게 말했다.

“내가 자네 뒤를 봐주겠네. 그러니 최저의 부하를 없애도록 하게.”

며칠 후, 한밤중에 최성이 여러 무사들을 이끌고 집으로 들이닥쳤다. 마침 집에서 대기 중이던 최저의 선임 부하 둘을 찾아내어 그 자리에서 팔다리를 잘라 죽였다. 밖에 있던 최저가 이 일을 보고 받고 좌상 경봉을 불러 논의했다.

“아비가 되어 자식이 망나니짓을 해도 어쩌지 못하니 이를 어쩌면 좋겠소?”

그러자 경봉이 말했다.

“그러면 제가 잠깐 동안 형리들을 동원해 최성을 혼내주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곧바로 정신 차릴 것이니 너무 염려 마십시오.”

최저가 그 말을 믿고 경봉에게 자식을 따끔하게 혼내주라고 권했다. 최저가 집으로 돌아가자 경봉이 자신의 가신 노포별을 불러 명했다.

“드디어 하늘이 우리에게 기회를 주셨다. 너는 즉시 무사들을 모두 형리로 분장시켜 최저의 집으로 가라. 가서 최성을 잡으러 왔다고 하라. 문을 열어주거든 그때는 최성을 잡는 척 하면서 최저와 그 일가 모두를 없애버려라!”

노포별이 무사들을 대거 이끌고 최저의 집에 당도했다. 용건을 말하니 순순히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무사들이 바로 쳐들어가 최성은 물론이요 최씨 일족 모두를 죽였다. 최저의 부인은 치욕스럽게 죽기 싫어서 스스로 자결했고, 최저 역시 도망갈 곳이 없어 안방에서 끝내 자결하고 말았다. 이후 경봉이 상국에 올라 제나라의 권력을 쥐고 정치를 전횡하였다. 이는 ‘사기세가(史記世家)’에 있는 이야기이다.

지부작족(知斧斫足)이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뜻이다. 일을 맡길 때에는 인간성을 잘 가려야 한다. 특히 교활하다는 말을 듣는 자는 멀리해야 후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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