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연 칼럼]팔월의 아름다운 추억
[김병연 칼럼]팔월의 아름다운 추억
  • 충청매일
  • 승인 2019.09.0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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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주예총 부회장

[충청매일] 귀여운 손자에게 장난감을 사줌으로써 기쁘게 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요즘 아이들은 하나같이 똑똑하고 감성도 풍부하다. 그러나 어떤 난관에 봉착하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진짜 실력은 궁지에 몰렸을 때 나타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다보면 무수한 난관을 맞게 마련이다. 손자들에게 극기(克己)하는 의지력을 함양시켜야 겠다.

그래서 지난 8월에는, 의지력 함양을 위한 ‘극기 훈련’의 일환으로, 초등학교 2학년 손자와 함께 충북 최남단 영동에 있는 ‘삼도봉’ 산행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만족이요 대성공이었다.

안 따라오려는 손자에게 “할아버지와 함께 산행하면, 5만원 상금을 주겠다”라고,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니 적중하였다. 오만원이라는 ‘당근’에 산행이라는 ‘채찍’이 끌려왔다. 흔쾌히 손자는 따라왔다. 1178미터의 삼도봉 정상을 왕복하려면, 여섯 시간이나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정상에 오를 때까지는 지루해 했지만, 정상에 오르자 ‘야!’하고 탄성을 지른다. 지루하고 힘든 산행을 한꺼번에 날려 버렸다. 왼쪽은 경상도요 오른 쪽이 전라도다. 고봉준령이 일망무제로 즐비한 장관은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 

“소백산에 삼도봉은 우리의 기상, 이수(二水)의 맑은 물은 우리의 마음! 이기상과 이맘으로 한데 뭉쳐서, 영동에 옛터전설 기리 빛내세!”라며 중학교 교가가 저절로 나온다. 벌써 60여 년 전이라! 필자가 중학교에 입학한 해가! 뒷마당에 있는 일본식 목조건물 2층에서, 우리는 음악시간이면 ‘소백산에 삼도봉’을 1학기 내내 목청껏 불렀던 생각이 귓가에 쟁쟁하다.

교가에 나오는 가사와 영동의 지형이 ‘딱!’ 맞아 떨어진다. ‘영동’은 충북 최남단에 자리하며 경상, 전라를 접경한다. 영동읍에는 ‘영동초등학교’와 ‘이수초등학교’가 있다. 한자로 ‘영(永)’을 파자하면 ‘이수(二水)’가 된다. ‘二水’와 ‘永同’은 어원적으로 같은 이름이다. 지리적으로 영동에는 두 개의 강이 흐르기 때문에 ‘二水’라고 한다. 삼도봉에서 발원하여 매곡, 황간, 용산을 거쳐 심천에 이르는 ‘초강천’! 전북 무주의 덕유산에서 발원하여 구천동을 거쳐 영동의 양산을 경유하여 심천에 이르는 ‘양산강’! 두 개의 강이 영동의 심천에서 만나 대청댐을 이룬다.

‘물한계곡’을 경유하여 삼도봉에 오르는 산행은 여름철 피서로서는 백미(白眉)다. 계곡의 물이 쉼 없이 흐른다하여 ‘물한(勿閑)계곡!’ 시원한 물바람이 우리를 상쾌하게 한다. 원시림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이 우리를 감싼다.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말끔히 청소하기에 충분하다. 등산경험이 없는 초보자나, 노약자에게 권하고 싶다. 삼도봉은 해발 1천178m라지만 700m에서 등산을 시작하니 그다지 힘든 줄 모른다.

“할아버지 내년에도 또 와요!”

“그래!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또 다음해에도…! 매년 팔월이면 우리함께!”

그날의 산행은 손자의 뇌리에, 평생토록 잊지 못할 ‘팔월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각인(刻印)되었으리라! ‘이번엔 필자가 손자를 이끌고 올랐지만, 언젠가는 손자의 손에 이끌려 오르는 날이 올 것이다.’란 생각에 이르니 코끝이 ‘찡!’해 진다. ‘팔월의 아름다운 추억!’ 연년(年年)세세(歲歲) 이어지길 발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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