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아무리 낮은 산도 다리 아픈 노인에게는 태산과 같고, 다락같이 높은 산도 등산가는 쉬이 오른다. 그러니까 사람마다 처한 처지나 입장에 따라 우리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젊어서 보는 세상과 나이 들면서 보는 대상이 다를 수 있다. 한가지 풍경도 기분에 따라 붉은 것만 보이기도 하고 푸른 것만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마다 처지마다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우리 개는 안 무서워요 라고 부르짖는 애완견 주인 말이 개를 무서워 하는 사람 귀에는 더 공포스러울 수 있다.

 이 그림책은 뜻대로 안되는 세상 일에 실망하고 세상이 긍정되지 않을 때 ‘생각을 바꿔 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어떤 일을 이해할 때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르게 보게 되는 사실을 간결한 그림과 명료한 글로 이야기한다.

 날아다니는 씨앗을 쫓으며 좋아하는 아이, 그것을 보며 병군을 생각하는 의사의 모습, 체스 판 앞에서 세상 지루한 남성과 반짝이는 눈빛으로 체스 판을 꾸미며 체스 판을 또 다른 창작물로 다루는 여성의 대비. 동일한 시간에 삶을 다하려는 사람과 새 생명을 품에 안은 여인의 모습이 대비 된 그림. 공사장 근처에서 먹는 과자소리 극장 안에서 먹는 과자소리의 대비. 여러 인종이 느끼는 피부색에 대한 느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생각하는 계단에 대한 느낌. 겉으로 보이는 지식인과 문맹인의 차이. 민머리에 광대 분장을 한 아이를 보며 웃는 광대들의 모습과 그 아이를 보며 슬픔과 애초로운 눈빛을 보이는 여성이 대비되는 그림 등 여러 감각으로 어떤 현상을 대할 때 각자가 전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것을 한 면은 단순하고 명료한 그림으로 다른 한 면은 간결하고 명료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세상에 맞는 생각이란 있을 수 있는가. 있다면 어떤게 맞는가, 없다면 어떻게 안맞는가. 이 책은 생각하는 법을 말한다. 작가는 우리 일상의 모든 것들이 상대적 세계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방식으로 긍정해 내야 하는 것이다.

 책에 나오는대로 살면 되나, 살면 책 속의 세계처럼 화해와 이해가 충만한 세상으로 변하는가에 대해 그렇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책의 세계와 일상의 세계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정말 좋은 책은 공식이 아니라 원리를 보여주는 이야기여야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사물의 객관적 토대를 부정하며 모든 것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달렸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사물의 이면에 대해 생각해 보며 많다고 으스대지 않고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못하다고 무시하지 말고 자신의 상황에서 긍정거리를 찾아가는 희망의 방식을 제시한다. 그건 완전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관용, 역시 불완전한 타인에 대한 용서,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방식이 될 것이다.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받으며 사는 세상에서 자신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일은 자기 부족함을 인정하는 용기일지 모른다. 그 용기는 부족한 자신을 아끼고 가꾸는 법을 찾게 되며, 역시 부족한 타인을 긍정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 실제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타인을 향한 긍정의 출발이 되기도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긍정마인드의 권유는 허황한 말 잔치 일 수 있는데 세상을 대하는 방법, 생각하는 방향에서 새로움이 필요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무심히 자나쳤던 것들은 없었나, 내가 기뻐할 때 주변의 절망을 헤아렸는지, 많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갈 수도 있다. 생각이, 삶이, 관계가 확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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