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원정대, 네팔서 故 민준영·박종성 대원 시신 확인
로프 한 줄로 서로 묶여 발견…내일 유해와 함께 귀국
[충청매일 최영덕 기자] 히말라야 안나프루나에서 실종돼 10여년의 세월동안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고(故) 민준영(당시 36세)·박종성(당시 42세) 직지원정대원이 17일 한국의 땅을 밟는다.
최근 안나프루나에서 발견된 시신에 대한 확인에 나선 직지원정대는 네팔 포카라 간다키주 경찰청에서 두 대원의 시신과 유품을 확인했다고 15일 밝혔다.
직지원정대 관계자는 “아직 DNA 검사가 진행 중이지만, 신원을 명확히 확인했다”고 전했다.
박연수 전 직지원정대장과 유족 등 3명은 두 대원의 시신을 이날 화장한 뒤 17일 유해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후 청주 고인쇄박물관에 위치한 추모 조형물에서 동료산악인과 친구, 지인들과 만남을 가진 후 납골당에 안치할 예정이다.
앞서 네팔등산협회는 지난달 하순 히운출리 북벽 아래에서 대원들로 추정되는 시신 2구를 발견했다고 직지원정대에 통보해왔다. 시신은 실종 당시 등산복 브랜드를 착용한 상태였으며, 한국 관련 소지품도 다수 발견됐다.
두 대원은 서로를 묶은 로프 한 줄로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20m 가량 떨어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형제 이상으로 가까웠다는 두 대원은 그렇게 10년만에 발견된 순간까지 로프 한 줄로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 주변인들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배명석 충북산악구조대장은 “등반 용어로 ‘줄을 깐다’고 표현하는 데 먼저 오른 이가 로프를 고정하면 뒷사람이 차례로 오르는 구조”라며 “한 명이 추락하더라도 한 명이 줄을 잡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생명줄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같이 활동한 대원들은 두 대원은 친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냈다고 회상한다. 지난 12일에는 박종성 대원의 배낭으로 보이는 사진을 직지원정대 측에 보내왔다. 사진 속 빨간 배낭에는 ‘2009 직지. 히운출리 원정대. 나는 북서벽을 오르길 원한다’는 문구가 영문으로 쓰여 있었다.
박 대원은 2009년 9월 1일 히말라야 히운출리 등반 도중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길목인 촘롱지역에서 자신의 배낭 레인커버에 이 문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직지원정대는 당시 박 대원과 함께 자신의 배낭에도 같은 문구를 새긴 윤해원(여) 대원에게 친필 확인을 했다.
고 민준영·박종성 대원은 2009년 9월25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히운출리 북벽(6천441m)에 직지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정상을 오르던 중 해발 5천4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와 마지막 교신을 한 뒤 실종됐다. 두 대원은 2008년 히말라야 차라쿠사지역의 무명 미담봉을 초등해 ‘직지봉’(해발 6천235m)으로 명명한 주인공들이다.
직지원정대는 대원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수차례 히운출리를 찾아 나섰으나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직지원정대는 2006년 충북산악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