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선정을 놓고 정부가 보이는 자세에는 무책임과 무소신이 잔뜩 배어 있다. 명색이 국책사업을 추진한다면서 분기역을 유치하려는 충청권 내 지역간 갈등을 조정할 능력이 없어 핑계 같지도 않은 핑계를 대며 몇 차례씩이나 분기역 선정 시기를 미루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잘 알다시피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유치를 위해 충북 오송과 충남 천안, 대전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

각 지역마다 자신들이 최적지라는 이론을 개발해 홍보에 나서고 중앙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는 건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러나 정부는 어느 한 지역으로 결정될 수 밖에 없는 분기역 때문에 나머지 지역의 반발을 우려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러는 사이 충청권끼리 불필요할 정도의 감정적 대립이 나타나고, 충청권이라는 역사적 현실적 공통분모마저 훼손될 지경에 처한 상태다. 지난 대선 공약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선정은 행정중심도시 결정과 연계하도록 돼 있다.

사실 행정도시가 들어설 지역은 이미 오래전에 결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분기역 선정을 미룰 명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2월까지 분기역을 결정하겠다던 방침에서 올 2월로, 또다시 3, 4월, 5월로 연기하더니 이제는 오는 6월까지로 미뤄졌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동안 충청권 자치단체간 소모적 갈등이 돌이키기 힘들 만큼 악화됨은 물론이다. 왜 굳이 6월까지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오는 4월말로 다가온 보궐선거 실시 대상에 충남 공주·연기와 충남 아산지역 선거구가 포함된 점을 모르지 않는다. 단 하나의 의석이라도 상당히 소중할 수 밖에 없는 정부여당의 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정부로서는 신중한 결정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변명할지 모르나 매사를 표와 연계시키고, 정책을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구태는 버려야 할 유산이다. 이와같이 무원칙하게 진행되는 분기역 선정에 어느 지역인들 깨끗이 인정할 수 있겠는가. 분기역으로 인해 충청권은 필요이상의 출혈을 강요받고 있다. 정부의 눈치 보기를 강하게 질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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