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영의 고전산책] 양호유환(養虎遺患), 호랑이를 길러 화근을 남긴다
[김치영의 고전산책] 양호유환(養虎遺患), 호랑이를 길러 화근을 남긴다
  • 충청매일
  • 승인 2019.08.1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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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60년, 신하 제중에 의해 쫓겨난 정나라 여공은 변방 지역인 역에 거주하게 되었다. 그 뒤를 송나라의 내정간섭으로 추방된 소공이 귀국하여 다시 즉위하였다.

하지만 소공 또한 사냥터에서 신하 고거미에게 살해당하고 말았다. 이어 소공의 동생 자미가 즉위하였다. 자미는 너무나 철딱서니가 없어 제나라 양공이 소집한 회맹에 참가했다가 예를 갖추지 않아 그 자리에서 칼 맞아 죽었다. 그 동생 정자가 제후에 즉위하였다. 얼마 후 정나라의 절대 권력인 신하 제중이 천수를 다 누리고 죽었다.

정자 12년 무렵, 이 틈을 노려 역 지역에 머물고 있던 여공이 무사를 보내 정나라의 차기 실력자 대부 보가(甫假)를 사로잡아왔다. 여공이 말했다.

“내가 다시 정나라로 돌아가고 싶소. 그러니 그대가 힘을 좀 써주시오!”

그러자 대부 보가가 아뢰었다.

“제가 정나라로 돌아가 정자를 죽이고, 여공을 다시 받들도록 하겠습니다.”

6월 갑자일에 정나라로 돌아온 보가가 음모를 꾸며 제후 정자를 죽였다.

이어 정자의 두 아들마저 잔혹하게 살해하였다. 그리고 여공을 맞아들였다. 여공이 다시 정나라 제후에 올랐다.

여공은 가장 먼저 자신의 큰아버지 원(原)을 불렀다. 그리고 따져 물었다

“이전에 내가 도망쳐 정나라 바깥 지역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아버지는 어찌하여 나를 불러들일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으신 겁니까. 누구보다 제 편이 되어주셔야 할 분이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이에 큰아버지 원이 대답하였다.

“신하된 사람이 감히 두 마음을 품고 군주를 모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그 죄를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원은 돌아가 그날 밤 자결하고 말았다. 이것이 춘추시대의 대의였다.

이어 여공이 대부 보가를 불러 엄하게 말했다.

“그대는 신하된 자로써 어찌 두 마음을 가지고 나를 섬기려 하는가?”

이에 보가가 크게 탄식하였다.

“아! 큰 은혜는 보답 받지 못한다고 하는데, 바로 이걸 두고 하는 말이로구나!”

여공이 곧바로 군사를 시켜 보가를 죽였다. 비록 여공이 보가에게 큰 은혜를 입기는 했지만, 이전에 자신의 동생 정자와 그 두 아들까지 죽인 것에 대한 하늘의 응징인 셈이었다.

기원전 673년 가을, 여공이 죽었다. 여공은 즉위 4년 만에 역으로 도망가 살다가, 17년 만에 다시 들어와 7년을 재위했다. 망명 기간까지 재위 년 수가 모두 28년이었다. 이어 그 아들 첩이 제후에 오르니 이가 곧 문공(文公)이다. 이는 사마천의 ‘사기세가(史記世家)’에 있는 이야기이다.

양호유환(養虎遺患)이란 호랑이를 길러 화근을 남긴다는 뜻이다.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는 말로도 쓰이지만, 은혜를 베푼 이가 은혜를 입은 이에게 도리어 화를 당하는 경우에 주로 쓰이는 말이다. 인심은 베푸는 것이 제일이지만 그래도 너무 과한 것을 주려고 하지 마라. 목마른 목을 적셔주는 정도가 아마도 적당할 것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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