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9시. 충북 제천시 화장장에는 100여명의 사람들이 오열하며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지체장애인이면서 자율방범 활동을 하다가 실족사 한 고 신한주씨의 장례식 장면이다. 신한주씨의 사고는 우리들을 매우 슬프게 한다.

충북 제천시 송학면에 살던 48세의 신한주씨는 자신이 신체장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13년간이나 자율방범 활동을 해왔다. 아무리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더라도 자율방범 활동이 힘든 일 일텐데 신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긴 기간동안 방범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사고는 3월 5일 오후 11시께 방범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다가 발생했다. 빙판길 제방에서 2m 높이의 하천으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지체장애로 몸이 자유롭지 못했던 신씨는 하천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이튿날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언어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진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비관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숭고한 뜻을 가졌지만 결국 지체장애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비극적인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신씨의 부인도 정신지체 장애인이며 미망인 홀로 중학교 2학년생인 어린 딸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비장애인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서 이 모녀가 겪어야 할 고통이 지나치게 가혹하다.

주변을 돌아보면 조금이라도 어려운 환경에 처한 현실을 이겨내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부모와 세상을 탓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난다. 이처럼 남의 탓만 하는 사람들이 자신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갖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고 신한주씨는 비장애인도 선뜻 나서지 않는 자율방범을 스스로 택해 봉사활동을 하다가 길지 않은 일생을 마쳤다.

고 신한주씨의 고귀한 뜻과 그의 죽음이 헛 것이 되지 않고 사회적 귀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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