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반도체 산업은 충북도에서 가장 중요한 주력 산업이다. 최근 일본의 무역제재 조치로 가장 큰 혼란을 겪고 있는 반도체 분야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변화 가운데 충북의 반도체 수출이 수개월째 부진을 겪고 있어 도내 수출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주세관에 따르면 지난 2월 충북의 수출액은 15억4천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했다. 이 기간 수입액은 4억5천900만 달러로 12.1% 감소하며 10억8천800만 달러의 무역 흑자를 냈다. 2009년 1월 이후 10년 1개월 연속 흑자는 이어갔으나 수출과 수입이 동반 감소한 ‘불황형 흑자’를 나타낸 셈이다.

특히 충북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부진이 심각하다. 2월 한 달간 6억700만 달러 수출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25.4%나 감소했다.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한 충북 반도체는 지난해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82억6천211억원을 수출했으나 같은 해 11월 -3.5%로 첫 역성장을 기록한 뒤 12월 -27.1%, 올해 1월 -33.5%, 2월 -25.4%로 4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세계 경기 둔화 및 스마트폰 수요 감소에 따른 반도체 수요 감소, 낸드플래시 공급 과잉, 중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시장 점유 강화 등 잇단 반도체 리스크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을 둘러싼 경제 분쟁 심화가 충북의 무역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충북의 올해 상반기 수출 품목에서 일반기계류(26.7%), 전기전자제품(8.1%), 화공품(8.0%), 정밀기기(3.4%)가 증가한 반면 도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전년 동기 대비 18.5%나 감소했다.

반도체 등 전기·전자제품 수출 비중이 68.5%에 달하는 청주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감소한 83억4천600만 달러 수출에 그쳤다. 중국 내 반도체 수입 규제와 세계 반도체 시장 가격 하락이 동반 작용했지만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인한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SK하이닉스 의존도가 높은 충북은 커다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1일 한일 외교장관이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를 놓고 최종 담판을 벌였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소득 없이 끝났다. 예정대로 일본은 2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한일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게 될 수밖에 없다.

일본은 세계 무역시장에 선전포고를 하는 셈이다. 예정대로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나설 경우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원인이 안보상 이유로 취해진 만큼, 우리 측도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 지소미아 유효 기간은 1년으로, 기한 만료(8월24일) 90일 전에 어느 쪽이라도 먼저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연장되지 않는다.

정부는 정부 나름의 외교적인 강력한 대책을 세워야 하겠지만 충북 청주도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반도체 등 핵심 산업 뿐 아니라 어떤 종목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을지 미리 점검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2일 일본의 추가 보복이 이뤄진다면 한일 갈등 국면은 장기화될 수 있다. 지소미아 연장 재검토가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할지 모르겠으나 정부와 지방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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