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천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대표가 두 번째 구속 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최종책임자로 향하던 수사가 다시 늦춰질 태세다.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최고위층 수사로 갈수록 삼성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히는 듯한 판결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태한 대표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대표와 같이 영장 청구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 전무 및 전 재경팀장 심모 상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있다”며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굵직한 사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영장기각이 발생할 때마다 단골처럼 나오는 문구다.

검찰은 세 번째 영장청구를 할 경우 수사방향을 새롭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검찰은 회계법인과의 허위진술 공모, 금융당국 조사 때와 달라진 진술 내용, 임직원 8명이 구속될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진 증거인멸 시도 등을 근거로 들며 “수사 방향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의 주장대로 앞서 임직원 8명에 대한 구속과 김 대표의 구속기각은 앞뒤가 안 맞는 판결이다. 실무를 담당한 아랫선은 구속되고 정작 업무를 지휘 감독한 윗선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논리가 다툼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천억원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회계처리 당시엔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한 부채를 감췄다가 2015년 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자 회계처리 기준을 부당하게 바꿨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법정에서 이번 사건과 바이오산업의 미래 및 국내 경제 상황 등의 관련성을 강조하면서 눈물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김 대표의 이런 주장에 대해 ‘사실상 분식회계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그대로인데 회계방식 변경이라는 꼼수를 통해 자본잠식을 피한 것 자체가 분식회계란 점에서 검찰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상장된 삼성바이오 주식을 개인적으로 사들이면서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받아내는 방식으로 28억여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회사 성장 기여에 대한 정당한 성과 보수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당시 미래전략실도, 로펌도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한 돈을, 이사회 의결 등도 거치지 않고 몰래 받아 갔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주장대로 회사성장에 기여한 대가를 받는 것이라면 당연히 투명해야 한다. 거액의 돈을 가져가면서 적절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것 역시 온당하지 않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수사가 정점으로 향할수록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 법원의 구속기각 사유가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검찰의 역할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더욱 분발해 의혹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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