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목축이 동강날 정도라면 수압이 엄청나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웬만한 등걸로도 어림없을 거요.”

도편수 판길이가 목축 정도로는 어림없을 것이란 의견을 냈다.

“그렇다면 도편수는 달리 생각하고 있는 방도가 있소이까?”

김상만이 물었다.

“있기는 있지만 대행수가 결단내야 할 수 있는 문제요!”

“내가 결정해야 할 그게 뭐요?”

도편수 판길이의 말을 받아 최풍원이 되물었다.

“대행수 여각을 지으려고 준비해둔 목재가 있지 않소이까. 그 목재 중에서도 대들보로 쓸 정도는 돼야 저 물살을 막아낼 것이오!”

“그럼 대들보로 쓸 귀한 목재를 물속에 처박자는 얘기요? 말도 안 되오!”

최풍원이 대답도 하기 전에 김상만이 반대를 하며 나섰다.

“다른 방법이 없소이다!”

“그래도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지, 여각에 쓸 대들보를 물속에 처넣는다니 생각도 마시오! 차라리 물속으로 들어가 모래톱을 파내겠소이다!”

김상만이 펄쩍 뛰었다. 대들보는 집을 짓는데 가장 중요한 목재였다. 대들보가 없으면 집을 완성할 수 없었다. 그런 목재를 보를 막기 위해 물속에 처넣는다니 김상만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김 객주, 그렇게 반대만 할 건 아니오. 여각도 중하지만 나루도 못지않게 중하오. 대들보를 써서라도 보를 막고 모래톱을 파내 나루터를 확장할 수 있다면 갖다 쓰시오. 당장 여각을 지을 것이 아니니 우선 쓰고 차후에 또 마련할 방도를 찾으면 될 일 아니오? 우선은 물막이 보를 마무리하는 게 더 중하오!”

최풍원이 도편수 판길이의 의견을 받아들여 여각 대들보로 쓸 목재를 가져다 쓰라고 허락했다.

“대행수, 대들보는 버리는 게 아니오. 나중에 다시 갖다 쓰면 되오이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물막이 말뚝으로 쓴 나무를 어떻게 다시 대들보로 쓴단 말이오? 말이나 되는 소리요!”

김상만이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한다며 도편수 판길이를 몰아세웠다.

“김 객주는 평생 떼쟁이를 했다는 사람이 어찌 나무를 그리 모르오. 나무가 날 때부터 대들보가 정해지고, 서까래가 정해져 있단 말이오. 나서 자라다보면 잘 큰 놈은 대궐 기둥으로도 쓰이고 들보로도 쓰이고, 시원찮은 놈은 헛간 잡목으로 쓰이는 것 아니오. 대들보로 쓰일 놈이 물막이에 썼다고 대들보 되지 말란 법 있소이까?”

이번에는 도편수 판길이가 객주 김상만을 닦아세웠다.    

“여각에 쓸 목재를 더구나 대들보로 쓸 좋은 목재를 물막이에 쓴다고 하니 하는 말 아니오?”

“샛강 물막이 보야 나루터 공사가 끝나면 다시 헐어버릴 것 아니오이까. 그러면 그때 다시 목재는 수거해 대들보로 쓰면 되는 것 아니오. 오히려 대들보로 쓰기 전에 물막이에 써보고 여각 대들보로 써도 괜찮을는지 미리 시험도 해볼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일석이조 아니오?”

“그야 그렇지만 집에 쓸 목재를 물 막는다 하니 한 말이오.”

김상만은 여느 집도 아니고 여각 짓는 목재로 보를 막는 것이 찜찜해 한 말이었다. 그러나 도편수 판길이의 말이 구구절절 옳은 지라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도편수께서는 치목소에 재목을 갖다 쓰시오! 그런데 그 제목만으로 저 물살을 어떻게 잡는단 말이오?”

대들보만으로 물살을 막을 수는 없었다. 대들보로 목책을 만들 수도 없었다. 대들보가 아무리 탄탄하다해도 물을 막을 가림막이 필요할 터였다. 최풍원은 도편수가 대들보에 쓸 목재로 어떻게 거센 물살을 막는다고 하는지 궁금했다.

“대행수, 장마 때 나무들이 떠내려 와 물길을 막아 한강이 되는 것을 보지 않았소이까? 그걸 이용하려는 거요. 저기 박혀있는 말뚝을 건너질러 양편 모래 섬에 목재들을 하방 중방처럼 붙들어 매서 힘을 받게 하고 샛강 위에서부터 생나무 가지를 잘라 묶은 단을 엮어 떠내려 보낼 것이오. 그러면 나무단들이 빠른 물살을 타고 흘러내리다 목재들 사이에 걸려 첩첩이 쌓이면 세찬 물길이 막히지 않겠소이까? 그 틈을 이용해 저기 만들어놓은 모래 섬들을 일시에 메고 들어가 가운데 물보를 막아버리면 되지 않을까 싶소이다.”

도편수 판길이가 손짓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최풍원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좋은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물이 가운데로만 몰려 세차게 흐르고 있어 양편 보마저도 언제 무너져 떠내려갈지 모를 일이었다. 지금 상황으로는 도편수의 의견을 따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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