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무더운 여름에는 아무래도 기이한 이야기가 제격이다. 포송령이 쓴 ‘요재지이(聊齋志異)’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송나라 무렵, 송공은 관리가 되고자 과거시험을 쳤으나 번번이 떨어졌다. 그것도 예비시험은 항상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지만 꼭 최종시험에서 한 과목 과락으로 떨어졌다. 그래도 송공이 기를 쓰고 나이 마흔이 넘어서까지 과거시험 공부를 하는 것은 자신을 키워주신 홀어머니에 대해 보답하고자 함이었다.  하루는 공부를 하다가 몸이 안 좋아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갑자기 바깥문이 열리면서 말을 탄 관리가 손에 공문을 들고 크게 소리쳤다.

“송공은 서둘러 시험을 치러 가시오!”

그러자 송공이 문을 열고 대답했다.

“올해 과거시험이 끝났는데 별안간 무슨 시험을 치라는 것이오?”

하지만 관리는 재촉하며 송공을 말에 태워 길을 떠났다.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은 매우 낯설고 으스스했다. 한참을 달려 어느 관청에 당도했다. 시험장에 들어가니 장산 출신이라는 어느 수재 한 사람만 앉아있었다. 잠시 후 시험문제가 하달되자 두 사람은 열심히 답을 적어냈다.

단상에 심사위원들이 채점을 하다가 송공의 글을 칭찬하였다. 이어 하남의 성황당 자리가 비어 있으니 그곳 관리로 적당하다고 말했다. 그제야 송공이 화들짝 놀라며 자신이 저승에 왔음을 알게 됐다. 급히 고개를 조아리고 울면서 하소연하였다. 

“제게 관직을 내려주시니 어찌 사양하겠습니까. 다만 제 칠순 노모를 봉양할 사람이 없습니다. 청컨대 노모가 천수를 다 누린 후에 관리로 임용되길 바랍니다.”

심사위원이 즉시 송공 모친의 천수를 기재한 장부를 뒤져보더니 말했다.

“너의 모친은 아직 목숨이 9년 남았구나. 그러면 옆의 수재를 대신 임명하도록 하겠다. 너는 효성이 지극하니 기간이 차면 그때 다시 부를 것이니라.”

송공은 수재의 전송을 받고 집에 돌아오니 자신이 죽은 지 사흘이나 지난 후였다. 그의 노모가 관 속에서 소리가 나자 급히 관 뚜껑을 열고 송공을 끌어냈다. 나중에 장산으로 사람을 보내 알아봤더니 과연 수재라는 이가 같은 날 죽었다고 했다.

9년 뒤 송공의 모친이 돌아가셨다. 장례를 마치자 송공은 목욕재계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자리에 누웠다. 그의 삼촌이 서문에 살았는데, 송공이 이른 새벽에 찾아왔다. 높은 관리가 되어 꽃 장식이 달린 말을 타고 수하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대청에 올라와 삼촌에게 절을 하고는 고맙다는 말만 세 번 되풀이하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다음날 삼촌이 의아스러워서 송공의 집을 찾아갔다. 대답이 없어 문을 따고 들어가니 송공은 이미 죽은 후였다. 삼촌은 정성껏 장례를 치루고 나서, 하남 성황당 앞에서 송공의 극락왕생을 빌어주었다. 그날은 송공이 수재와 업무교대를 하고 처음으로 관리 업무를 보는 날이었다.

출천지효(出天之孝)란 하늘이 낸 효자라는 뜻이다. 효성이 지극한 자식을 이르는 말로 주로 쓰인다. 무더운 여름이다. 이런 날은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리고, 보양식이라도 한 그릇 사드리는 것이 자식의 도리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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