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일꾼들이 떠내려가며 물속에서 허부적거리고 물가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만 동동거렸다. 물살에 휘말린 일꾼들은 개구도 치지 못하고 그저 나무토막처럼 그저 속수무책으로 떠내려 갈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보에 갇혀있던 샛강 물은 세차게 흘러내렸다.

“모두들 청초호로 달려가시오!”

우왕좌왕하는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아무리 헤엄에 능숙한 사람이라도 저렇게 쏟아져 내리는 물에서는 부모형제가 빠졌다 해도 쉽사리 물속으로 뛰어들기 두려웠다. 떠내려가는 일꾼들을 구해내려면 샛강이 끝나는 청초호 들머리에서 그들을 구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물길을 막는 보 양쪽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샛강 아래 청초호 들머리로 달려갔다.

“손을 내시오!”

“손을 잡고 물로 들어가시오!”

강가에서 물을 접하며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라 한마디만 들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서로들 잘 알고 있었다. 그 소리에 따라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서로 손에 손을 잡고 띠를 만들며 물로 뛰어들었다.

“물개야, 너는 저어기 청초호 물속도 살펴 보거라!”

김상만이 물개에게 소리쳤다.

샛강에서 떠내려 오는 일꾼들을 들머리에 있는 사람들이 일차 건져내고 미처 구하지 못한 일꾼들을 재차 건져내기 위해서였다. 김상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물개가 줄나래비를 잇고 있는 사람들 뒤쪽 청초호 깊은 물로 뛰어들었다. 물개가 물개보다도 더 빨리 물살을 가르며 청초호 물속을 휘젓고 다녔다. 서로의 손을 잡고 띠를 이루며 물속에 서있는 사람들도 물에 떠내려 오는 일꾼들을 구하기 위해 거센 물살을 견뎌내며 눈에 불을 켜고 청초호 들머리 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사람이 떠내려 온다!”

그 소리에 서로들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사람들이 허부적거리며 떠내려 오는 인부를 그물처럼 둘러싸서 건져 올렸다. 물살에 휘말린 일꾼들이 사람들 손에 이끌려 줄줄이 물 밖으로 들려 나와 모래밭에 눕혀졌다. 물개도 물을 너무 먹어 축 늘어진 일꾼을 물속에서 찾아 끌고 나왔다. 일꾼들이 구해져 물 밖으로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어떻게 된 일이오?”

샛강에서 사고가 터졌다는 전갈을 받고 최풍원 대행수도 청초호로 부리나케 달려왔다.

“막판 물막이를 하다 목책이 물살을 견디지 못해 터졌소이다!”

김상만이 최풍원에게 연유를 고했다.

“그래, 상한 사람은 없소이까?”

“지금 샅샅이 뒤지고 있는데, 물살에 휩쓸리며 뼈 부러진 일꾼과 나무 파편에 맞아 생채기 난 사람은 몇몇 있지만 상한 사람은 없는 것 같소이다.”

죽은 사람이 있느냐는 최풍원의 물음에 김상만이 대답했다.

“천만다행이오! 여각에서 조치를 할 테니, 김 객주께서 다친 사람들은 의원에게 치료를 받게 하고 가솔들에게도 양식을 보내 가장이 몸조리하는 동안 굶지 않게 보살펴주도록 해주시구려.”

최풍원이 김상만에게 다친 일꾼들에 대한 뒤처리를 일렀다.

“알겠소이다! 이런 일이 생겨 대행수께 송구합니다요!”

이런 사고가 생긴 것이 김상만은 자신의 불찰인 것만 같았다. 신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게 일을 서두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최풍원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워낙에 위험한 일이지 않소이까?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면 그게 어찌 김 객주님 탓이겠습니까? 너무 심려하지 마시오!”

최풍원이 오히려 김상만을 위로했다.

“대행수, 고맙소이다!”

어지간한 일에는 흔들리지도 않던 담력 센 김상만이 고맙다는 말을 했다.

“사람이 상하지 않은 것만 해도 천우신조요. 일단 보를 막던 공사장을 한번 가 보십시다!”

한바탕 소동이 마무리되고 나자 최풍원이 청초호 샛강 물막이 공사장으로 가보자고 했다. 그리고는 사고가 터진 샛강 물막이 공사장을 돌아보았다. 다행이도 마지막 물막이 공사를 하던 부분만 터져있었고, 이제까지 쌓아들어 갔던 양쪽 구간은 물살을 버티며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샛강의 물길이 좁아진 까닭에 가운데 물살은 여전히 세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대로 두면 언제 나머지 보도 물살에 쓸려버릴지 모를 일이었다. 좁아진 중간을 한시라도 빨리 막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일단 일을 멈추고 저기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지 얘기들을 내놔 보시오!”

최풍원이 사람들을 보며 보를 마무리할 방안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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