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땅을 파는 일이나 물을 막는 일이나 온전히 힘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다. 물오른 나무 자라듯 힘이 뻗치는 동몽회원들의 약빠른 몸놀림에 샛강 가에는 물막이를 위한 자재들이 가을날 노적가리 쌓이듯 쌓여갔다. 북진장 상전 짓는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치목소에서 일하던 목수들과 잡일하던 일꾼들도 샛강으로 와 일손을 거들었다. 목수들은 강바닥에 세울 말뚝이 땅에 잘 박히도록 마름질해서 다듬고 치목소에서 제목을 다듬고 남은 나무를 옮겨와 목책을 짜냈다.

 “물에다 담 칠 일 있는가. 울은 왜들 만드는가?”

 김상만이 멍석 만하게 짜 쌓고 있는 목책을 보며 목수들에게 물었다.

 “객주님, 물막이를 한다며 뭐로 한단 말이시우?”

 “손바닥으로 할라나 보지!”

 목수쟁이들이 의아해하며  비아냥거렸다.

 “저기 나무 기둥과 섬 쌓여있는 것이 보이지 않은가?”

 김상만이 샛강 가에 무더기를 이루며 쌓여있는 나무더미와 모래 섬 더미를 가리켰다.

 “저 물살에 기둥에 의지해 모래 섬이 버티겠슈! 또 버틴다 한들 얼마나 가겠소이까. 모랫더미가 솜뭉치도 아니고 그걸 매고 저 물살에 들어가 쌓을 수나 있겠소이까! 일단 일꾼들이 모래 섬을 매고 들어가려면 물살이라도 막아줘야 하지 않겠슈?”

 목수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목수들이 짜고 있는 목책은 말뚝과 말뚝 사이와 사이를 가로막아 물살을 줄이고 무거운 짐을 진 일꾼들이 샛강 바닥으로 들어가 모래 섬을 쌓게 하기 위함이었다. 고양이 손도 빌리면 낫다고 역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니 좋은 생각들이 모아졌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젊은 녀석들과는 달리 나무를 다루며 평생을 보낸 목수들이다보니 나무를 요긴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보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도 하지 못했소이다.”

 김상만이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실토하고 목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샛강 물막이 공사가 시작되었다. 물개는 말뚝 박을 적당한 강바닥을 찾기 위해 물속을 살피고, 힘이 장사인 용강이는 말뚝을 안고 물속으로 들어가고, 주먹이 센 장배는 떡메로 말뚝을 강바닥에 때려 박았다. 그렇게 말뚝을 박고나면 동몽회 장정들이 목책을 들고 기둥 사이에 가로질러 물 흐름을 막고 그 틈을 이용해 사람들이 일시에 모래 섬을 어깨에 메고 강바닥에 쌓았다. 며칠 동안 같은 작업이 반복되었다. 샛강 양쪽에서 동시에 쌓아 들어오기 시작한 물막이 보는 샛강 가운데 두어 보를 남기고 있었다. 이제 그곳만 막으면 북진나루 어귀를 막고 있는 모래톱을 파내는 작업만 남아 있었다. 한창 막바지였다.

 “애들아, 너희들은 목책을 들고 양쪽에 서 있다가 용강이와 장배가 말뚝을 박거든 동시에 목책을 내려 마지막 물막이를 끝내거라!”

 김상만이 동몽회원들에게 샛강 물막이 공사를 마무리 지으라고 지시를 내렸다.

 며칠 전 물박이 공사를 시작할 때보다는 수량이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양쪽에서 쌓아 들어온 보로 인해 폭이 좁아진 샛강 가운데는 더욱 물살이 세차졌다. 동몽회원들이 서로 팔을 끼고 둥구마리처럼 똬리를 틀어 물살에 떠밀리지 않도록 용강이를 에워싸고 용강이가 세차게 떡메질을 해서 샛강 가운데에 말뚝을 박아 세웠다.

 “빨리 목책을 내려 물을 막거라!”

 김상만이 소리쳤다.

 동시에 보 양편에서 목책을 들고 서있던 동몽회원들이 목책을 물속으로 던져 물길을 막았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세차게 흘러내리던 물이 조용해지며 급격하게 물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때맞춰 모래 섬을 맨 사람들이 마지막 물길을 막기 위해 줄줄이 샛강으로 들어섰다. 그때였다.

 “어서 나가시오!”

 “피하시오!”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우직우직하는 소리가 나더니 마지막 물길을 막았던 목책이 동강나며 모여 있던 물이 쏜살같이 쏟아져 내렸다. 장마철 내린 폭우를 견디지 못해 서서 내려오는 멍석물 같았다. 얼마나 급작스럽게 쏟아졌는지 섬을 지고 들어갔다 미처 피하지 못한 일꾼들이 물살에 떠내려갔다. 부서진 목책이 파산된 뱃조각처럼 물위에 떠내려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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