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제 혼자요?”

“그럼 물속이야 물개가 들어가야지 누가 들어갈 사람이 있단 말이냐?”

김상만이 물개를 놀려먹기 위해 앰한 소리를 계속했다.

“저야 물속에서 헤엄치는 걸 좋아한다 그랬지, 모래 파는 것을 잘 한단 소린 한 적도 없단 말이유!”

물개가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어디 가서 니 재주 자랑 함부로 하지 말거라!”

김상만이 나서기 좋아하는 물개에게 훈계를 했다.

제 재주만 믿고 함부로 날뛰다가 용코로 걸려 속절없이 당하는 사람을 김상만은 수도 없이 봐왔다. 그게 강에서 하는 일이면 더더욱 그러했다. 물에서 하는 일은 까딱 잘못하면 곧바로 저승길이었다. 그저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 상수였다. 앞으로 북진나루를 확장하려면 순전히 물속에서 하는 일이 다반사라 조심을 시키기 위해 부러 더 물개와 동몽회원들을 단속시키기 위함이었다. 한창 힘이 뻗히는 놈들이라 제 힘만 믿고 천방지축 덜퍽덜퍽 일에 달려들었다가는 큰일을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었다.

“다들 잘 듣거라!”

김상만이 모여 있는 동몽회원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북진나루 확장공사를 어떻게 진행시킬 것인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상만은 청초호에서 북진나루로 흘러드는 물을 막기 위해 남한강 본류에서 청초호로 들어오는 샛강 입구에 뚝을 막아 물길을 끊고, 갈수기로 본류의 수량이 줄어들어 북진나루의 수위가 낮아지면 모래톱이 어느 정도 수면 위로 드러나면 그때를 이용해 어귀를 막고 있는 모래를 퍼내겠다는 복안을 설명했다.

“객주님, 청초호로 흘러드는 샛강을 가보구나 하는 말씀이유?”

김상만의 설명에 물개가 콧방귀를 뀌었다.

“무슨 소리냐?”

“청초호가 잔잔해 물놀이하기 좋으니 샛강도 그런 줄 아시우. 큰 강에서 흘러드는 샛강 물살이 얼마나 센 줄 알어유? 아무리 샛강이라 해도 거기를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이우?”

물개가 가당치도 않다는 듯 외면하며 퉁망을 주었다.

“이 눔아, 니 눔이 아랫도리를 드러내놓고 다닐 때보다도 훨씬 전부터 강을 오르내리던 나다. 내가 그걸 모를까?”

김상만도 물개가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청초호와 남한강이 흐르는 본류 사이에는 섬처럼 널따란 모래사장이 있었다. 모래가 얼마나 곱고 부드러운지 솜이불을 펼쳐놓은 듯 했다. 그래서 여름만 되면 애·어른 할 것 없이 여기에 나와 천렵을 하며 모래찜질도 하고 멱을 감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큰물이 흘러가는 본류보다도 샛강에서 매번 사고가 일어났다. 본류는 넓고 깊으니 조심을 하던 사람들이 샛강이라고 깔보며 뛰어들었다가 빠른 물살에 휩쓸려 일을 당하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매해마다 거르는 법이 없었다. 북진 인근에 사는 사람이라면 연중행사처럼 벌어지는 그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누굴 잡으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럼 그보다 수월한 방법이 있느냐?”

“없지만…….”

“해결책도 없이 무조건 반대를 한다는 건 일하기 싫다는 것과 마찬가지니라. 그러니 좋은 방법을 생각해 보거라!”

김상만이 물개의 말을 자르며 핀잔을 주었다.

“객주님, 청초호 샛강으로 올라가 살펴보고 방법을 찾아보심이 어떻겠습니까?”

강수가 김상만과 물개 사이에서 절충을 하자 모두들 그게 좋겠다며 찬동했다.

김상만과 동몽회원들이 강가로 난 길을 따라 청초호로 올라갔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거칠게 흘러가는 남한강 본류와는 판이하게 금병산 절벽 아래 수풀 속에 숨어있는 청초호는 심심산골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고요했다. 산이면서도 높지 않아 결코 위압적이지 않은 금병산, 강가에 솟아있는 바위산이면서도 순하게 누운 채 온갖 기묘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금병산 아래 펼쳐진 금모래와 잔잔한 물결, 청초호를 청풍에서도 단연 으뜸의 비경으로 일컫는데 한 치의 손색이 없다.

바람소리와 새소리에만 묻혀있는 청초호 수풀을 헤치고 남한강 본류와 이어지는 샛강에 이르자 어은탄 거친 물소리가 귓속에 가득하다.

“한번 찬찬히들 살펴보고 좋은 방안들이 있으면 어떤 얘기든 주저 없이 해보거라!”

김상만이 동몽회원들에게 샛강 언저리를 둘러보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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