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충청매일]  “신난다, 재미있다, 감동적이다,  다음 작품이 기다려 진다.” 작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게 되는 작가 백희나의 그림책 ‘나는 개다’를 소개한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 문제는 이렇게 다루면 될 듯 싶어진다. 어렵게 말하지 않아도, 서로 얼굴 붉히지 않아도 통쾌하게 가슴 뭉클하게 우리들을 설득하는 책이다.

‘구슬이’라는 개를 화자로 등장시켜 개는 이미 인간과 가족이라고 떳떳하게 외친다. 곁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인간의 온갖 만행에도 조용히 함께 살아온 개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안하고, 고맙고, 그동안 너무했다는 고백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작가가 먼저 발표한 이야기 속 개의 젊은 날을 담고 있다. 작가의 전 작품 ‘알사탕’에 나오는 외로운 소년 동동이 곁을 지키던 늙은 개 구슬이가 주인공이 되어 ‘나는 개다’라고 하울링하며 동동이와 가족이 된 이야기를 젊은 구슬이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동동이가 어릴 적 동네 개들의 왕엄마인 수퍼집 방울이네 넷째로 태어나 젖을 떼자마자 같은 젖먹이인 인간 동동이네 가족이 된다. 할머니 아버지 동동이가 잠든 밤이면 형제 자매인 동네 개들과 하울링 하며 외로움을 달랜다. 가족이 모두 외출하는 낮에는 동네에서 들려오는 이런 저런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루를 보낸다.

동동이는 구슬이보다 더 손이 많이 가는 울보에 오줌싸개에 떼쟁이다. 구슬이는 어린 아이인 동동이와 한 집에서 자라면서 동동이 곁을 지킨다. 그러던 어느 날 구슬이는 동동이가 준 멸치깡을 먹고 탈이 나 그의 침대에 실수를 한다. 잔뜩 화가 난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고 베란다로 쫓겨 난 밤, 소리 죽여 우는 구슬이의 소리를 동동이는 들었다. 동동이의 이불을 덮고 둘이는 베란다에서 잠을 잔다.

‘나는 개다.’ 라고 외칠 때부터 구슬이는 단순한 짐승인 개가 아니라 인간의 곁에 있는 가족이다. 인간이어서 하기 힘든 일을 구슬이는 해낸다. 동동이 곁에 있어주고 위로를 준다.

동물인 구슬이의 고통스런 부분도 있긴 하지만 스물 여덟 마리의 개에게 모두 이름을 붙여 개의 족보를 만들어 개의 세계를 존중해 준 배려가 돋보인다.

동동이가 자란 만큼 구슬이는 늙어 간다. 전 작품에 나왔던 할머니를 재등장 시켜 잠시 그리움을 소환해 주는 세심함은 모두의 엄마인 그녀의 넓직한 베풂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구슬이도 언젠가는 할머니처럼 갈 것이다. 아마도 동동이가 어엿한 어른이 될 때 쯤이 될 것이다. 구슬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치 족보도 화려하지 않고, 많은 돈을 들여 보살펴야 할만치 귀한 개도 아니다. 이 책은 특별한 개가 아니라 평범한 개, 누구의 개가 아니라 그냥 개들이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는가에 대한 통찰과 애정을 바탕으로 우리 인간에게 준 따뜻하고 희생적 사랑을 고마워하는 하울링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또 다시 사람들을 만나 갈등을 겪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동물이 얼마나 인간의 위로가 되어 주는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는 한 집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당연히 더 잘알게 될 것이다. 개는 개다, 그러니 인간은 인간다워야 할지 모른다. 휴가철 반려견을 홀대하는 일은 그러니까 생각해 볼만한 문제일 것이다. 때로는 멀리 있는 가족 이상일 수 있는 개를 어떻게 대우해 주어야 할 일인지.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