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⑦ 북진나루 확장공사를 하다
청풍 인근에는 북진나루·버들구미나루로도 불렸던 평동나루·진도나루로 불렸던 도화나루·능강나루·늪실나루나 숯목이나루로도 불렸던 지곡나루·내매나루·괴곡나루·성곡나루·읍진나루·솔무정이나 광의리나루로도 불렸던 황석나루·방흥나루로도 불렸던 양평나루·사기막나루가 있다. 이중에서 청풍나루라고도 부르는 읍진나루가 가장 번성한 나루였다. 읍진나루는 유서 깊은 청풍관아와 청풍장을 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천혜적인 조건은 읍진나루에 비해 북진나루가 단연 월등했다. 북진나루는 일단 청풍 인근의 다른 나루터에 비해 깊고 넓었다. 거기에다가 대부분 다른 나루터들은 남한강 본류와 직접 접해 있어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나룻배만 주로 통행하고 설령 짐배가 올라와도 닻을 내려도 강한 물살에 떠밀리기 일쑤였고 여러 척이 한꺼번에 정박하기에는 비좁고 위험했다. 그에 비하면 북진나루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완벽한 나루였다. 마을 동쪽의 금수산에서부터 뻗어 내린 큰 줄기가 마을 앞 강가에 이르러 병풍산을 불쑥 세워 세찬 북풍을 막고, 다시 서쪽 대덕산 줄기가 마을을 감싸며 흘러내리다 강가에 이르러 급하게 서쪽으로 휘어들며 북진나루는 그야말로 항아리처럼 오망한 포구를 이루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북진나루는 강의 본류와 떨어져 마을 안쪽 깊숙한 곳까지 강물이 들어와 있어 건너편 청풍에서 보면 호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호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북진나루가 뱃꾼들, 특히나 상인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까닭은 강의 본류에서 나루터로 들어오는 어귀에 쌓여있는 모래톱 때문이었다.
북진나루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느티나무 숲에서는 김상만이 동몽회원들과 둘러앉아 무슨 이야기엔가 골몰해있었다.
“나는 강수와 병풍산에 올라가 전체적으로 북진나루의 형태를 살펴보고 어떻게 공사를 해야 될 지 가늠을 해볼 테니 물개 너는 다른 동몽회원들을 데리고 모래톱 언저리를 샅샅이 살펴보고 나루터 어귀 어디어디를 퍼내야 대선도 거리낌 없이 드나들 수 있을지 그 위치를 상세하게 파악해 놓거라!”
김상만이, 물속에 들어가면 쏘가리보다도 빠르게 헤엄을 친다는 물개에게 일렀다.
“예, 객주님! 나루터 사정은 객주님보다 잘 아는 사람이 근방에 누가 있겠습니까유. 물 위를 객주님께서 맡아주시면 물속 사정은 지가 들어가 세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요!”
물개는 물속에 들어간다는 생각만 해도 신이 나는지 목소리에 잔뜩 신이 붙어있었다.
“물에서 하는 위험한 일이다. 그렇게 덤벙댈 일이 아니다! 니 놈들 하나 어떻게 된다고 안타까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 니 놈들 몸뚱아리는 니 놈들 스스로 챙겨야 한다!”
김상만은 불안한 생각에 들떠있는 물개와 동몽회원들을 보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평생 뗏목을 몰며 물에서 일을 해온 김상만은 물에서 하는 일은 아무리 조심해도 순간 방심하면 큰일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뭍에서 하는 일은 혹여 실수를 하더라도 주워 담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나 피할 겨를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물은 조금의 용서도 없었다. 그러니 당하지 않으려면 조심하고 살피고 또 조심하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몸을 사려도 당할 때는 속수무책이었다. 뗏목을 몰며 나무 동가리가 끊어져 통나무더미 속으로 사라지거나 급류에 휩쓸려 물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동무들을 숱하게 보아온 김상만은 물이 얼마나 무서운지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물 위도 아니고, 물속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물개는 각별히 조심하고 조심해야 한다! 조심이 최고다!”
김상만이 당부에 당부를 거듭했다.
“객주님 지는 땅바닥보다 물속이 더 편하니 걱정일랑 마시유!”
김상만의 걱정스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물개는 그저 한시라도 빨리 물로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런 물개와 동몽회원들을 보며 한편으로는 그런 젊은 패기가 은근히 부럽기도 했다. 물개는 나루 아래로 내려가고 김상만은 강수와 함께 강 상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병풍산에 오르니 근방의 모든 풍경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새가 알을 품고 있듯 청풍을 감싸 안고 있는 비봉산과 관아가 있는 청풍읍성은 강 건너로 손에 잡힐 듯 지척이고, 그 위쪽으로 읍상리를 지나 망월산성까지도 한달음에 닿을 것처럼 가찹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