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 시행이 보름을 넘기면서 음주문화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우선 2차, 3차로 이어지던 회식문화가 바뀌고 있다. 1차에서 식사와 술을 곁들인 후 노래방이나 주점으로 옮겨 술자리를 이어가던 관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술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고, 마시더라도 술을 강권하지도 않는다.

이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곳이 주류업계와 외식업체다. 윤창호법 시행 이전과 달리 저녁식사 겸 술을 먹는 손님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음식매출에 비해 술의 소비량이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게 음식업주들의 푸념이다.

새벽과 아침에도 음주단속을 하면서 실제 숙취가 깨지 않아 단속에 걸리는 사례가 잇따르자 아예 평일 술자리를 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충북의 한 주류업체는 “일찍 마시고 적게 마시는 음주문화가 생겨나면서 소주업계 전반적으로 10%대의 매출감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창호법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했던 대리운전업계도 기대만큼은 아닌 듯하다. 청주지역의 경우 대리운전 수요가 오히려 전보다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술자리 자체가 줄어든 데다 대중교통이나 카풀을 이용하는 시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란다.

불경기에 음주운전 단속 강화로 술집과 식당들은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아우성이지만 윤창호법은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난달 25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일평균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된 건수는 270건으로 집계됐다. 개정법 시행 전인 올 1∼5월 일평균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334건보다 약 19.2%가 줄었다. 이 기간 음주운전 사고는 일평균 30건으로 조사됐다. 이 역시 법 시행 전 5개월간 일평균 39건에 비해 약 23.1% 감소했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자 이를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가 활개를 치고 있는 모양이다. 바로 음주단속을 피할 수 있도록 단속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앱이다. 최근 가장 인기있는 앱 중 하나로 음주단속 실황까지 교류한다고 하니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지난 5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10만7천109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와 부상자 수는 각각 2천441명, 18만6천391명에 달한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의 국가별 연평균 1인당 알코올 섭취 통계에서도 한국은 10.2ℓ로 미국 9.8ℓ, 일본 8ℓ, 중국 7.2ℓ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 음주 습관을 바꾸기 위한 정책도 필요해 보인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자에 의한 허무하고도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른 후 국민적 공분을 등에 업고 탄생했다.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아예 운전대를 잡지 말게 하자’는 게 이 법의 취지다. 음주운전 기준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일부 항변이 있더라도 감수하며 정착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맥주 몇 잔 정도는 괜찮겠지”하며 잡는 운전이 잠재적 살인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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