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매일] 복석근이 한양 뚝섬에 당도해 서태술을 만나 그의 중형이라는 사람에게 가져간 마늘을 인계하자 한 접 당 일전 닷 푼 씩 해서 모두 일천오백 냥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복석근은 입이 ‘떠억’ 벌어졌다. 아무리 실한 상품이라 해도 북진에서는 접 당 일 전은커녕 그 반절도 받기 어려웠다. 물론 한양까지 싣고 온 운임이 있다하나 일전 닷 푼이면 곱절은 더 받는 셈이었다. 북진에서는 마늘 한 접을 장에 가지고 나가봐야 보리쌀 한 됫박 구할 정도였다. 그것도 운이 좋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일 전 닷 푼이면 보리쌀이 아니라 쌀을 세 되나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북진에서 보리쌀 한 됫박이 한양에 오니 쌀 석 되로 불어난 것이었다. 그러니 복석근이 놀란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것도 아직 놀라기에는 이른 일이었다. 채마전을 한다는 서태술의 중형 상전에 마늘이 들어왔다는 소문을 듣고 성안 장사꾼들이 모여들었다.

“이보시오들! 이건 어제 직접 들어온 단양 마늘이요! 더구나 첩한테도 숨기고 먹는다는 단오 마늘이라오!”

서태술의 중형이 채마전에 모여든 성안 장사꾼들에게 단오에 캔 단양 마늘임을 힘을 주어 말했다.

“단오 언저리에 캔 마늘은 약성이 좋아 약재로도 많이 들어가지!”

“마늘에서 쇳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차돌처럼 단단한 게 단양 마늘이 틀림없구먼!”

상인이 손가락으로 마늘을 퉁겨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때깔만 봐도 분명하구먼!”

다른 상인은 마늘 겉껍질을 찬찬히 살피더니 단양마늘이 틀림없다고 했다. 단양 마늘은 사토질에서 자라 다른 고장의 마늘처럼 진흙이 붙어있지 않아 물로 씻은 듯 표면이 깨끗했다. 서태술 중형의 채마전에 모인 상인들은 제각각 자기만 알고 있는 판별법으로 마늘을 살펴보며 얼마에 값이 형성될 것인지 궁금해 하며 그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여기 알이 토실토실하고 굵은 놈으로만 묶어놓은 상품은 접 당 삼 전씩 주시고, 들쑥날쑥 막 묶어놓은 것은 이 전씩 주시오! 갑자기 내려온 물건이라 우리 채마전에서 미처 갈무리를 할 새가 없어 급히 내놓는 것이니 깎을 생각은 마시오들!”

서태술의 중형이 잘라 말했다.

대체로 장터에서도 보면 사가는 사람이 갑이요 파는 장사꾼은 을의 처지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물건이 좋으면 사가는 사람이 왕이 아니라 파는 사람이 왕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물건 값도 파는 사람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또 좋은 물건을 구해야 사려는 사람이 많으니 잘 팔리고 이득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그러니 장사꾼이 좋은 물건을 고르는 기술을 터득하고 있어야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에 속했다. 서태술의 중형 채마전에서 복석근은 단양 마늘이 어떻게 팔리고 있는지를 똑똑하게 알게 되었다.

서태술의 중형이 마늘 값으로 일천오백 냥을 주겠다고 약조한 것에도 복석근은 깜짝 몰랐다. 일천오백 냥에는 단양 조산촌과 북진 일대 농부들의 땀 값과 운임이 포함되었지만 그래도 청풍장에서 거래되는 마늘 값에 비하면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높은 값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 마늘이 청풍을 떠나 한양에 와 채마전 상인을 거치니 또 곱절을 뛰었다. 단리임방에서 마을사람들을 상대로 푼돈을 나눠먹던 복석근의 눈에는 마치 한양의 장사꾼들이 도깨비장난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뚝딱하면 오백 냥도 채 되지 않는 물건이 일천오백 냥으로 불어났고, 또 한 번 뚝딱하면 삼천 냥으로 뛰었다. 그 물건이 또 성안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아무리 시세에 어두운 시골 장사꾼 복석근이라 해도 눈앞에서 불어나는 돈을 보고 욕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바보였다. 복석근이 한양에서 돌아오자마자 최풍원을 보고 마늘을 쟁여놓았다가 직접 팔자고 한 것은 훨씬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복 객주님이 신기루를 보셨구려!”

최풍원이 복석근의 속내를 알아차리고 빙긋하게 웃었다.

“대행수, 미안하오! 나도 북진장에서 채마전을 한번 열심히 해봐야겠소!”

복석근이 지난번 객주들 모임에서 채마전을 맡으라했을 때 심드렁하게 받아들였던 것을 떠올리며 최풍원에게 사과했다.

“복 객주님, 남들 눈에 우습게 보이는 것이 더 실속 있을 수 있소이다. 남들 눈에 번뜻하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일은 겉만 번지르르 할 뿐이지 외려 허깨비일 경우가 흔한 법 아니오이까?”

“그러게 말이오. 사람은 자꾸 넓은 바닥에 나가 배워야한다니께요!”

복석근이 히히거리며 뒷머리를 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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