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봉호 옥천군의원]소서는 24절기의 열한 번째로 음력으로는 6월절(六月節)이고 양력으로는 7월 7일 무렵입니다. 본격적으로 더위가 몰려오는 때로 이때는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아지고, 비가 많이 오지요.

예전에는 한 절기 앞선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끝내고, 모를 낸 20일 뒤 소서 때는 논매기를 했으나, 지금은 제초제를 뿌리고 논김은 매지 않습니다. 팥·콩·조들도 가을보리를 한 하지 무렵에 심고, 소서 무렵에 김을 매줍니다.

‘농가월령가’에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 뿐이로다. 논밭을 갈마들여 삼사차 돌려 맬 제 날 새면 호미들고 긴긴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막혀 기진 할 듯 했듯이 김매기도 빼놓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요즘은 다양한 제초제와 기계화로 인해 손쉽게 농사를 지을 수 있으나 과다한 제초제와 농약살포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땅을 죽이고 자연을 죽이는 농법에서 벗어나 자연에 순응하며 벌레와 지렁이와 공생하는 생태농법, 유기농법이 활발해져야 합니다.

농사에 있어 진짜 농군이라면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이 있으니, 그것은 ‘무농약', ‘무제초제', ‘무화학비료' 입니다.

농약을 쓰지 않으려다 보니 메뚜기와 각종 병충해가 들끓어 이를 감당할 농법을 개발해야 하고, 제초제를 쓰지 않으니 사흘이 멀다고 김매기와 피사리로 허리 펼 날이 없고,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려다 보니 퇴비와 유기질 비료를 만드느라 일손을 다 뺏겨야 합니다. 3무의 원칙을 지키며 농사짓는다는 것이 엄청난 고통일 것입니다.

허나 진짜배기 농사꾼,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농군이라면 이런 수고를 수고라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남들이 바보 같은 짓한다고 손가락질할지라도 대대로 물려줄 땅임을 안다면, 묵묵히 3무의 원칙아래 굵은 땀, 진실의 땀을 흘리며 한 뙈기의 논이라도 정성스레 대할 것입니다.

소서와 관련한 말에는 ‘소서 때는 새각씨도 모 심어라’, ‘소서 때는 지나가는 사람도 달려든다’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 무렵에 모내기 끝내고 모낸 20일 뒤 소서 때는 논매기인 피사리를 해주며, 논둑과 밭두렁의 풀을 베어 퇴비를 장만해야 하는 일로 바쁜 시기입니다.

고려사절요 4권을 보면 ‘소서가 가까워오니, 죄가 무거운 죄수에게는 관대히 하고 가벼운 죄수는 놓아주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역시 바쁜 일손을 거들라는 뜻이겠지요. 또한 상촌 선생집 54권을 보면 소서 15일간을 3후(三侯)로 나누어서,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귀뚜라미가 벽에서 울며, 매가 먹이 잡는 연습을 한다고 했습니다.

이때의 시절음식은 밀기루 음식인데 밀이 제 맛이 나는 때라 국수나 수제비를 즐겨 해먹지요. 채소류로는 호박, 생선류로는 민어가 제철입니다.

7월 7일은 여름의 시작임을 알리는 소서입니다. 곧 이어서 여름 때마다 단골손님 매미 소리가 울리겠죠. 잔뜩 무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고 여름답게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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