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 (591)
[정연승 대하소설 북진나루]제6부 도거리로 북진본방 상권을 넓히다 (591)
  • 충청매일
  • 승인 2019.06.2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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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매일] “나야 탄탄하고 빨리 지으면 좋겠소이다.”

“대행수, 그럴 수는 없는 일이외다. 뭐든 제대로 하려면 그만큼 시간도 들여야 하고 정성도 들어가야 하는 법이외다. 장을 열기 위해 서둘러 짓다보면 더 큰 낭패를 볼 것이오. 더구나 일을 빨리 진척시키려고 각 상전별로 목수들을 부추겨 경쟁을 시킨다면 치목장은 아비규환이 될 것이고 집은 엉망이 될 것이외다. 날림으로 지어놓고 볼 때마다 근심거리 상전을 만들테요, 아니면 맞춤으로 제대로 지어 수십 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상전을 만들고 싶소이까?”

“그야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일 아니오이까? 그렇지만 우리 도중의 입장에서는 장마가 오기 전 상전을 끝내지 못하면 그 뒷일로 생겨날 많은 어려운 점들이 있으니 그것도 간과할 수가 없어 고심 끝에 내놓은 방안이외다!”

“대행수, 본래 집이라는 것을 제대로 지으려면 들어가는 돈과 시간을 정하는 것이 아니오! 왜 그런고 하니 주인이 돈을 아끼면 목수가 좋은 재료를 쓸 수 없고, 시간을 정해놓으면 그걸 맞추기 위해 열 번 손가야 될 일을 자꾸 건너 뛸 수밖에 없소이다. 싸구려 재료를 쓰고, 손길이 반으로 줄어드는데 제대로 집이 지어지겠소이까? 그래서 정말 제대로 집을 짓고 싶으면 주인은 목수에게 돈과 시간을 맘껏 쓸 수 있도록 해야 최고의 작품이 나오는 법이외다. 하지만 대행수 북진도중 사정도 있고 하니 최대로 시간을 당겨보겠소이다. 대신 아까 전에 얘기한 대로 각 마을에서 온 모든 목수들 부리는 일을 내게 전적으로 맡겨주시오!”

판길이도 한걸음 물러서며 다시 목수들 통솔 권한을 자기에게 넘겨달라고 했다.

“도편수나 목수들이나 그냥 각자 알아서 자기들 맡은 상전을 지으면 될 일 아니오? 그런데 뭣 때문에 자꾸 그러는 것이오?”

최풍원은 돈이나 시간이나 넉넉하면 좋겠다는 뜻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런데 각 마을에서 모인 목수들의 통솔권을 달라는 판길이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목수들이 제각각 중구난방으로 일을 한다면 대행수 생각처럼 시간도 집도 절대로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오! 서로 경쟁을 붙여놓으면 시세워 일이 더 빨리 진척될 것 같지만 그렇게 할 일이 있고 그렇게 해서 되지 않을 일이 있는 법이오. 집을 짓는 일은 경쟁을 붙여 될 일이 아니라 분업을 하고 협업으로 해야 할 일이오! 치목장에 쌓여있는 나무를 용도에 따라 분류하고, 나무 껍데기를 까는 인부, 나무를 다듬는 인부, 대패질을 하는 인부, 구멍을 파는 인부들을 각기 나눠 그 일만 하게 해야 일의 진척도 빠르고 시간도 줄일 수 있는 법이오. 그렇게 일을 하려면 일머리를 잘 아는 경험 많은 사람이 맡아 목수들을 다잡아야 하오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요! 그러니 대행수는 날 믿고 목수들을 통괄할 수 있는 권한을 내게 주시오.”

판길이가 왜 자신에게 목수들을 부릴 수 있는 권한이 주어줘야 하는지를 조목조목 나열하며 최풍원을 몰아세웠다.

“도편수에게 그 일을 맡기면 내가 계획한 대로 일을 마칠 수는 있겠소이까?”

최풍원이 판길이에게 기한 내에 일을 마칠 수 있는지 확인을 했다.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지금 상전 객주들에게 맡겨 각기 짓는 기일보다는 확실하게 당길 수 있소이다. 그리고 일이 손에 익기 시작해 속도가 난다면 공기도 장마 전에 끝낼 수 있소이다!”

판길이가 최풍원의 물음에 확답 가까운 답을 했다.

“그렇다면 좋소이다. 도편수에게 모든 책임을 맡기리다!”

마침내 최풍원이 판길이에게 목수들 통솔권을 주었다.

“대행수, 그러려면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소이다!”

“또 뭐가 있소이까?”

“각 상전 객주들은 상전 짓는 일이나 목수들 부리는 일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해줘야겠습니다!”

“알겠소이다. 한 집에 주인이 둘이면 일이 되겠소이까? 그 문제는 객주들에게 얘기를 해 철회하도록 하겠소이다!”

최풍원이 애초에 각 상전 객주들에게 부여했던 모든 권한을 거둬들이겠다고 말했다.

“대행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나는 그리 알고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상전 짓는 일에 매진하겠소이다!”

판길이도 마음을 굳히고 치목장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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